'탐라순력도'는 보물 제652-6호 이다 . '이형상'이라는 제주목사가 제주도를 한 달간 순력하고 돌아온 후 그간의 여러 상황을 28폭의 그림에 담아낸 김남길 작품으로 총 41면의 귀중한 역사 도첩(圖帖) 자료이다.

이러한 옛 자료들이 다른 예술장르로 접근해가는 일은 늘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도립예술단의 무용공연 '탐라순력도-상상과 변용을 엿보다'를 기꺼이 선택한 관객의 관람 이유들 중 이 도첩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있었으리라 본다.

우리의 역사 속에 품격 있는 문화 아이템이 존재하고 있음은 기쁜 일이다.  이러한 무용도 매번의 시도할 때 마다 여러 여건이 재대로 가춰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처음에 시작하는 것은 매번 몇 배의 어려움이 따른다.

탐라순력도 이형상목사는 제주의 백성에 대한 애절한 심경을 담은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형상 목사의 탐라에 대한 애정 어린 시각에 비해 이 무용작품은 그림을 단순하게 해석한 느낌이 강했다. 옛 것을 보고 새롭게 재미와 흥을 불어 넣는 것이 쉽기만은 하였겠는가.

조선시대의 풍류와 민의 향취가 돋보이는 춤사위에 적절한 현대적 안무의 구성으로 꾸며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더했다. 또 그것을 뒷받침하는 특히 무대장치와 음향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데 이번 공연에서 무용에 맞춘 전자음악의 구성은 더욱 생각해 보았을 일이다 .

다소 밋밋한 느낌 때문인지 20대가 잠을 자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미 공연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흥미를 이끌어내는 에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인지 생각하게 했다.

무대 공연은 종합예술 성격이 강하여 흥미와 재미 없이는 관객에게 냉혹한 평가만 있을 것이다. 그것이 역사적 검증된 소중한 작품을 기반으로 만들어 갈 때는 그것에 대한 충분한 고증으로 의미를 알고 작업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연물이 갖는 공공성과 문화의 파급효과를 고려하더라도 더욱 사명감을 갖고 경직되지 않은 기발함과 더불어 높은 작품성으로 평가받길 바란다.
변명선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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