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병·의원 도내 20곳뿐…혜택 받기 위해 병원 옮기거나 신청 의뢰해야하는 불편 감수해야
‘고운맘카드’발급 은행 지점도 도내 7곳 전부, 읍면 임신부들 “좋은 제도인데 아쉽다”하소연

오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출산전 진료비 지원 사업’이 의도와 달리 벌써부터 불만의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홍보 부족으로 아직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하는 임신부도 적잖은 데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지정 병·의원을 찾아가야 하고 지원사업을 위탁받은 은행에 별도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 등 오히려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출산전 진료비 지원사업은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산부인과에서 임신이 확인된 경우 출산할 때까지 임신부가 전액부담하던 초음파 검사와 양수 검사 등의 산전진찰 비용을 1회 방문때 최대 4만원씩 총 5회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문제는 모든 산부인과에서 가능한 것이 아닌데다 체크카드 형태의 e-바우처로 진료비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된 도내 이용 가능 병·의원은 종합병원을 포함한 20곳으로 전체 34개 산부인과 병·의원의 58.8%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부득이 병원을 옮기는 사례도 적잖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정병원이 아닌 산부인과도 일정한 서류만 갖춰 건보공단에 신청하면 혜택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임신부가 병원에 이를 요청하거나 신청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는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출산 전 진료비 지원사업이 특정 은행 한 곳에 위탁되면서 별도의 은행계좌를 만드는 과정도 순탄치 않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KB국민은행의 ‘고운맘카드’를 발급 받아야 하지만 도내 지점은 출장소를 포함해 제주시 6곳과 서귀포시 1곳이 전부다. 결국 시 외곽 읍·면 지역 임신부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은행 지점을 찾아 다녀야 한다.

‘정부 보조금 사업을 모든 은행에 맡길 경우 혼란이 우려된다’는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지역 임신부들은 좋은 제도를 알고도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내년 3월 출산을 앞둔 박경진씨(27·제주시 노형)는 “남편을 따라 제주에 온지 이제 한달 정도 됐는데 병원이며 은행을 찾아다니는 게 큰 부담”이라며 “한푼이 아쉬운 상황에 지원을 포기할 수도 없고 해서 발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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