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딛는제주잠녀-제주시 외도·내도 어촌계
사회 변화에 따른 생채기에 물 속 환경 바뀌는 등 작업 어려워져…잠녀 수도 점점 감소 
태풍 피해·생활 쓰레기에 약해지는 생명력, 지키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는 등 희망 상실
바다에도 찬바람이 분다. 추워지면 작업이 더 힘들어질텐데 잠녀들 생각에 올 겨울은 아직 모자라다.
뼈가 시릴 만큼 ‘바싹’ 추워지고 바다에 눈이라도 내려줘야 해삼이며 돈이 될만한 물건이 좋아지지만 지금 같아선 망사리를 가득 채운다고 해도 신통치 않을 판이다.
그래도 햇살만 따사롭고 파도만 허옇게 일지 않으면 바다로 나가는 이들이 바로 잠녀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녀들이 바다를 떠나고 없다.
△해경하면 뭐하나 물건이 없는데…외도 어촌계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초겨울 작업에 나선 잠녀를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도심에서 가까워 찾는 이가 많은 외·내도 바다에서는 그러나 잠녀들의 흔적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자연부락인 연대마을과 외도를 합쳐 구성된 외도 어촌계 잠녀는 모두 16명. 연대에 12명, 외도 4명이 전부다. 지난달 소라 금채기가 풀리면서 좋은 날을 골라 물에 나선다고 했다. 40대 2명, 50대 8명을 제하고 나면 60대 이상 고령 잠녀(6명)다.
소라작업이 한창인 다른 바다와 달리 이곳 바다는 조금 더디다. 소라 크기가 작다보니 상품으로 나가기 보다 가까운 바다 양식장에 뿌려 키우는 것이 일이다.
날이 좋을 때면 귤을 따러 나서는 게 돈벌이가 될 정도다.
지난해 태풍 나리로 생채기를 입은 뒤 외도 바다도 한참 속앓이를 했다.
당시 실종자 수색을 하러 바다에 들어갔던 119구조대원들은 “한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라며 상황을 전했다. 자동차며 간이 구조물까지 쓸려 갔을 정도니 바다 쓰레기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간다.
물 속임에도 불구하고 손을 댈 때마다 풀썩풀썩 오니 수준의 먼지가 이는 상황에 바다밭이 온전했다면 모두 거짓말이다.
겉모습은 언제나처럼 평온하게 변했지만 문드러졌던 속가슴은 아직도 치료중이다.
전복 같은 것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마을 사람이 공동으로 톳을 채취하는 전통만은 남아있다. 올해도 마을 공동으로 7일간 채취하고 700만원을 받아서 마을 주민 26명이 30만원씩 나눴다고 했다.
△물 때가 무색한 바다…내도 어촌계
일흔을 넘긴 윤기정 내도 어촌계장(74)은 며칠 째 ‘밭에 나가 있다’고 했다.
바다를 묻는 질문이 어색해진다.
하천을 낀 다른 바다와 마찬가지로 외도천을 아우르는 내도 바다도 각종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가 내렸다하면 하천의 물을 타고 내려온 각종 쓰레기가 바다 어장을 휩쓸고 간다.
모래며 쓰레기로 이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포크레인까지 동원해 작업을 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잠녀들까지 뭍으로 내몰고 있다.
내도 어촌계원 30명 중 여성이 23명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것은 다른 어촌계와 비슷하다. 하지만 현재 상시 물에 나가는 잠녀는 60대와 70대 4명이 전부다.
조금에서 다섯물까지 작업한다고 하지만 실제 바다에 나가는 날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쓰레기에 이골이 났다”는 윤 어촌계장의 말과 달리 바다가 아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소라는 100㎏ 남짓, 톳은 30㎏ 포대로 30개정도 작업했다.
알작지 등 해안을 따라 도는데 윤 어촌계장의 심정이 눈앞에 펼쳐진다. 별별 쓰레기가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 있다. 손을 대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제는 물질을 하려는 사람들도 얼마 없고, 바다도 사정이 안되고…”. 세월만큼 깊은 주름과 바다에 잔뜩 그을린 노(老) 어촌계장은 쉽게 희망을 얘기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