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나담축제 민속경기 시연으로 세계화
역동·규모성 결합시킨 경연중심으로 가야

몽골의 나담축제.

일본의 소마노마오이 축제
오늘날 제주도의 가을은 한라산 중턱을 하얗게 장식하는 억새꽃과 들판에서 노랗게 익어가는 온주밀감이 대표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천고마비'로 대변되는 끝을 모르는 맑고 푸른 하늘과 여름동안 풍성하게 자란 한라산의 들풀을 뜯어먹고 자란 살찐 제주마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제주마는 탐라국 개국신화에서 고·양·부 삼을라가 벽랑국에서 온 신선으로부터 3명의 공주와 망아지, 송아지, 오곡의 씨앗이 들어있는 옥함을 선물로 받았다는 내용에서 볼 때 제주도에서는 청동기시대부터 말이 사육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 원종 14년(1273년) 원나라가 제주도에 탐라목장을 설립하여 제주마를 칭기즈칸부대에 보냄으로써 고려시대에 제주도는 이미 세계적인 마산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세종 11년(1429년)에 제주출신 고위 관료인 고득종의 권유로 한라산 해발 200~600 지역 대부분이 그 둘레를 45~60리로 하는 10개 말목장인 10소장으로 조성됐고, 최근까지도 제주마는 운송과 농업의 수단으로서 제주인과 함께 살아왔다.
따라서 제주도가 가을을 대표하는 경쟁력 있는 축제를 육성한다고 하면 그 테마는 청동기시대 이래로 제주인들과 함께 하여온 마문화를 활용한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의 마문화 관련 축제를 보면 제주경마공원 일대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제주마축제가 유일하다. 이 축제는 제주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제주고유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로 2003년에 시작됐다. 9월 중순에서 10월 초순 사이에 가을축제로 개최되는 이 축제의 주 프로그램은 제주마 관련 자료의 전시·체험 및 갓 만들기, 승마체험, 로데오경기, 예술공연, 제주마 퍼즐 맞추기, 으뜸 제주마 선발대회, 마상쇼 등 시연 중심으로 구성된다.
말을 테마로 하여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외국의 축제를 살펴보면 이탈리아의 팔리오축제, 몽골의 나담축제, 일본의 소마노마오이, 티벳의 갼체 등이 있다.
팔리오축제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지방의 대표축제로서 13세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700여년의 전통을 가진 축제로 안장 없이 말을 타는 지역대항의 말 경주대회가 중심이다. 이 축제의 말 경주는 매년 7월 2일과 8월 16일 등 두 차례에 걸쳐 열리는데, 경기 자체보다는 경기 전에 펼쳐지는 화려한 식전행사가 더 유명하다.
이 축제는 15세기 중세의 복장과 깃발을 각 지역 참가팀의 아름다운 퍼레이드와 화려한 깃발 던지기 시범이 압권이다. 팔리오는 경기 3일전부터 본격적인 축제에 돌입하는데 경주가 치뤄지는 마지막 날(저녁 7시경에 시작)에는 수많은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축제장인 캄포광장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 메운다.
나담축제는 몽골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민속축제의 하나다. 이 축제는 1921년에 몽골 민족해방을 기념하여 정부수립 기념일인 7월 11일 전후에 개최되는 축제로 지구력승마대회, 활쏘기, 몽골씨름 등 유목민족의 전통적인 민속경기를 세계적인 축제로 승화시켰다. 지구력승마대회는 6세에서 12세의 소년·소녀들이 벌이는 경주로 말의 나이에 따라 거리가 정해진다.
2살은 15㎞, 3살은 20㎞, 4살과 5살은 25㎞, 6살 이상은 30㎞, 종마로 쓰이는 거세되지 않은 수말은 28㎞ 등 모두 여섯 종류의 레이스가 이틀간에 걸쳐 펼쳐지는데 이를 보기 위하여 모여든 내·외국인으로 축제장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몽골씨름은 현란한 무늬와 색상을 자랑하는 '구탈'이라는 가죽장화를 신고, 멋진 길상(吉祥) 무늬가 있는 '소닥'이라는 반바지를 입은 전국에서 모여든 512명의 장사가 울란바트로 종합경기장에서 이틀 동안 토너먼트로 벌이는 씨름경기다.
최초의 경기는 16개 조로 나누어 열리고 결승전은 9회전에서 치러지는데 이틀 동안 열리는 이 씨름경기의 결승전 TV 중계방송은 몽골사람들이 저녁을 거르고 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활쏘기는 칭기즈칸 이래 오늘까지도 전통의 방식으로 하는 궁술경기로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눠 화살을 40개씩 갖고 75m 떨어진 거리에 있는 표적을 맞히는 경기로 우승을 하려면 35개 이상을 명중시켜야 한다.
소마노마오이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 치바현 나가레야마시의 평야에 야생마를 풀어놓고 북관동 8개국의 병사들을 모집하여 야생마를 적병이라 상상해 뒤쫓게 하고, 야생마를 잡아 신전에 바치던 군사훈련을 오늘에 재현한 마문화 축제다.
이 축제는 모두 3일간의 행사로 치러지는데 첫날에는 3개의 신사에서 참배가 행해진 후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출진하는 기마병의 출전, 약 100여 명의 말을 탄 사무라이들이 신하들을 이끌고 총사령관을 맞이하기 위해 행사 본거지인 하라마치시로 행군하는 총사령관 맞이행사, 히바리가하라 경마장에서 열리는 옛 사무라이 기마무사들의 경마 등이 열린다.
둘째 날에는 기마부대의 3㎞ 행렬과 갑옷으로 완전 무장한 사무라이들의 1000 달리기 경마대회, 수백명의 기마병이 참가하여 하늘에서 떨어지는 두 개의 깃발을 먼저 잡아내는 경기인 신기 쟁탈전, 1시간 동안 계속되는 불꽃제전 등이 열린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흰 옷에 흰 머리띠를 두른 사람들이 대나무밭에 풀어놓은 야생마를 잡아 신전에 바치는 야생마잡기 행사로 축제가 마무리된다. 이 축제는 세계 각국의 초청을 받아 미국, 영국, 러시아, 하와이, 브라질 등에서 순회공연을 하였고 TV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으로 제작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을 대표하는 마문화 축제다.
갼체는 티벳에서 매년 7월에 열리는 축제로 다양한 전통 행사와 함께 벌어지는 말달리기 시합이 주를 이룬다. 이 축제의 말 달리기 시합은 티벳의 유목민들이 모두 참가한다고 할 정도로 성황을 이룸으로써 축제장을 찾는 외국인들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초원에 길게 펼쳐진 축제 참가팀의 텐트에 질리게 된다.
외국의 대표적인 마문화 관련 축제는 제주마축제와 달리 모두가 시연보다는 역동성이 있는 경연 중심의 대규모 축제를 지향함으로써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의 가을대표 축제로서의 제주세계마축제는 2003년부터 매년 개최해 오고 있는 제주마축제의 노하우와 외국의 유명한 마문화 축제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역동성과 규모성을 결합시킬 때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제주세계마축제의 축제기간은 5일 정도가 적당하다. 축제의 주 내용은 제주도의 마문화와 지역적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대규모 기마군단 및 마차의 시내 퍼레이드, 조랑말마차 경주대회, 섬일주 릴레이 지구력 승마대회, 제주마 바다 수영대회 등을 제안한다. 제주시 관광축제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