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장형씨 조작간첩 재심 청구서 무죄 선고
서울중앙지법 "반공법 위반 공소 사실 증거능력 없다"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망인(亡人)의 명예가 회복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반공법 위반(간첩)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故 이장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가 57일간이나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온갖 고문과 협박 속에서 진술 조서를 작성한 만큼 증거 능력이 없다"며 "나머지 서류를 토대로 살펴볼 때 그가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국가기밀을 수집했거나 잠입ㆍ탈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5공화국 시절 ‘강희철 사건’과 함께 대표적인 조총련 관련 조작간첩사건으로 꼽혔던 고(故) 이장형씨 사건 역시 무죄로 결론났다.


이씨는 1972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조총련 간부로 활동하던 숙부를 만나 북한의 우월성에 대한 교육을 받고, 또 다른 조총련 간부에게 포섭돼 ‘제주도 일원 해안경비상황을 탐지하라’는 지령을 받아 실행에 옮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1984년 당시 서울형사지법(현 서울중앙지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이어진 항소심은 모두 기각됐고, 이씨는 15년 동안 옥고를 치른 뒤 1998년 8·15 특사로 풀려났다.


가석방 후 이씨는 지난 2005년 8월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결정을 기다리던 이씨는 그러나 2006년 12월 27일 향년 74세로 한 맺힌 삶을 마감했다.


이씨는 재심청구를 하면서 간첩혐의로 체포돼 50여일간 구속영장 없이 구금된 상태에서 폭행·물고문과 전기고문 등으로 고초를 겪으면서 간첩으로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재심청구서에서 이씨는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돼 이근안 등으로부터 잠 안 재우기·물고문·전기고문을 당해, 하혈을 하고 다리근육이 파열돼 걷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아내와 자식들을 똑같이 고문하겠다는 이근안의 협박에 간첩행위를 했다는 거짓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무죄 판결로 간첩 누명을 벗기까지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씨는 망인이 된 후다.


한편 ‘비슷한 사정’으로 지난 2006년 제주지방법원에 재심 청구를 했던 강희철씨(50)는 올해 23년만에 ‘무죄’선고를 받고 간첩 누명을 벗었다.


강씨는 또 지난달 12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국가는 6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형사보상결정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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