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 때·장소·대상 가리지 않는 ‘무차별 절도’기승
생계형으로 보기에는 심각, 잡히지 않은 ‘도둑’ 적잖은 등 불안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때와 장소, 대상을 가리지 않는 이른바 ‘무차별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 생계형이라기 보다는 전문털이범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연말 분위기까지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가 최근 붙잡은 박모씨(44)는 ‘청각장애 2급’인 것을 이용, 낮 시간대 관리가 부주의한 학교를 범행 장소로 삼았다.

박씨는 지난 2006년부터 이달 16일 절도혐의로 긴급 체포될 때까지 전국 초·중학교 교무실과 연구실·과학실·급식소와 유치원 등에서 124회에 걸쳐 6331만8800원 상당을 훔쳤고 이들 대부분을 유흥비와 도박에 탕진했다.

운동회 등 학교 행사로 정신이 없는 틈을 교묘하게 노렸는가 하면 가방에 책 등을 가지고 다니면서 방문판매사원으로 위장했던 박씨는 훔친 액수가 클 때는 바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등 경찰 단속을 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21일 제주시내 모 병원 응급실에서 새벽시간대 병원 병실과 모텔 객실을 상습적으로 털었던 정모씨(26)를 붙잡았다.

앞서 8일과 19일에는 제주시내 빌라와 단독주택 등을 돌며 12차례에 걸쳐 1350만원을 훔친 20대 일당이 붙잡혔는가 하면 술 취한 손님의 지갑을 훔친 유흥주점 종업원 등이 줄줄이 경찰 신세를 졌다.

지난달 말부터 산남 지역을 중심으로 콩과 감귤 등을 노린 농산물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다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자동차 털이 사건도 잇따라 발생하는 등 주변 민심도 흉흉한 상태다.

이들 사건은 공통적으로 ‘주의가 소홀한 틈을 노렸다’는 점에서 잠금 장치 확인 또는 개인 소지품 관리 철저 등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밤낮 구분 없이 현금은 물론 돈이 될만한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훔쳐가고 있는 데다 붙잡힌 절도범보다 아직까지 꼬리를 잡지 못한 ‘도둑’이 적잖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소형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강모씨(45)는 “여기 저기 ‘털렸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경기가 어려운데 CCTV 등을 설치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절도 사건에 대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거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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