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동화작가)

산부인과가 사라지고 있다. 종합병원에서 제일 먼저 사라지는 과가 산부인과라고 한다. 얼마 전에 아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제주시 모병원 신생아실에 신생아가 8명밖에 없는 휑한 모습을 보고 놀라자 간호사가 그것도 많은 거라는 말을 했다니, 정말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어떠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나는 첫 아이를 낳고 14년 만에 둘째를 출산하기위해 육지로 올라와있다. 그런데 첫 아이 낳은 병원은 그대로 있는데 산부인과가 사라지고 없었다. 되도록이면 가까운 곳에서 정기검진도 받고, 출산을 하는 것이 산모에게도 가족들에게도 가장 좋은 일인데 인근에 산부인과가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원정 출산을 떠나야 한다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21세기 발달 된 의료체계에서 가장 신성시 되어야 할, 새 생명 탄생의 순간이 여러 가지 조건들에 의해 부담으로 느껴져야만 한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출산용품을 구입하면서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음에 나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요즘처럼 가계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출산비용이나 육아비용이 이처럼 많이 든다면 정말 아이를 원했고 갖고 싶은 부부를 조차도 쉽게 결정짓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 정부에서 출산장려금으로 산모 한사람에게 20만원씩 지원해주고 있지만, 그건 정말 정부의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열 달 동안 정기적으로 의료검진을 받는 산모들의 비용을 제대로 한번이라도 산출해보고 내린 금액인지 묻고 싶다.

정부가 진정 출산율을 올리고 싶다면 좀 더 서민경제와 사회제반 환경을 고려해서 보다 철저한 인구정책을 모색해야지만 가능할 일이다. 저 출산에 의한 인구감소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진정 염려하고 걱정하는 정부라면 더 늦기 전에 좀 더 체계적인 방법을 빠른 시일 내에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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