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홍·전 제민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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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의미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그 무엇'이 아닙니다. 그것은 주관적 해석에 의한 가치평가입니다.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의미 있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의미의 창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해석의 근저에 놓여있는 것은 '이것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이것이 나에게 무엇인가'입니다.
'기사의 의미'의 기제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그 과정을 명쾌하게 풀어갈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기사의 의미 발견이 신문을 읽는 사람들의 주체적 활동이라면, 그들의 유익한 의미창출을 위해 그들 위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바로 '주민'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문은 항상 그런다고 하면서도 '관(官)위주'의 보도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젠 그런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모든 기회와 경로를 통해 주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정리하여 보도해야 합니다. 어쩌면 신문의 역할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지 모릅니다.
제민일보 4월18일자 3면에 보도된 '대풍극복 노지감귤 감산 파란불'기사도 저는 그런 시각으로 읽습니다. 동기사는 전날 열린 '15만t 감산전략 보고회'의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해거리로 노지감귤 생산이 사상최대인 73만t까지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그것은 분명 관심 높은 기사입니다.
동기사는 단계별 추진전략과 함께, 감귤안정생산직불제에 관한 농가실천계획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기사자체에는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쉽습니다. 거기에 참석한 감귤농가의 목소리는 한 구절도 없습니다. 주민 목소리의 실종입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그 회의에는 관계기관 공무원뿐만 아니라, 감귤생산단체서도 참석했을 것입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합니다. 저의 짐작과는 다르게 감귤농가에선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는지, 참석하기는 했지만 관(官)에서 하는 얘기를 그저 묵묵히 듣기만 했는지, 아니면 그들의 목소리가 도저히 기사가치가 없는 것뿐이었는지 저로선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민간이 참석한 회의마저 어째서 관(官)위주의 보도가 돼야 하는지 저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주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이슈화'해야 합니다. 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여론은 다른 게 아닙니다. 특정한 문제에 대해 상당수의 사람들이 표현하는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자명합니다. 신문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보도해야 합니다. 물론 그 경우에도 관점의 상대적 가능성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주민들의 목소리는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입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유도하고, 그것을 성실하게 보도하여 그 '다리'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그것 또한 이 시대의 지방신문의 역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