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홍·전 제민일보 편집국장>

   
 
   
 
기사의 문제 제기는 사회적 문제의 구성에 대한 높은 이해가 전제돼야 합니다. 그만큼 '설계적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사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담아내야 합니다. 기사의 밀도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기사의 객관성'을 하나의 관점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인식의 오류입니다. '관점의 다양성'과 '객관성'은 양립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객관성은 관점의 다양성 속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는 그 어떤 경우에도 '관점의 다양성'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공정보도'입니다.

그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사리 생각할 일만은 아닙니다. 흔히 기사 말미에 붙는 '관계자의 말'을 구체화하는 것도 그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저 기사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첨부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지난 21일자 1면에 보도된 '제주교육산업 경쟁력 상실 현실화'에도 그런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취재기자는 동기사에서 "정부가 교육·의료산업의 규제를 전국적으로 완화함에 따라 제주도의 경쟁력이 상실될 위기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기사말미에 "교육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강력히 대처할 것"이라는 제주도 관계자의 말을 보도합니다.

'문제 제기와 대책' 등 기사의 일반적 구도로 봤을 때는 그 기사엔 크게 잘못이 없습니다. 그러나 좀 부족합니다. 기자는 한 발 더나가야 합니다. '강력한 대처'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그것을 취재하여 보도해야 합니다. 물론 '경쟁력 상실'에 대해선 할 말이 많습니다. 이른바 '선점'의 정치적 허구성, 관계자들의 예측력의 빈곤, 대응논리의 부족 등 거론하자고 들자면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심지어 이른바 '특별자치의 실효성'까지 거론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본란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듯 '제주의 홀대론'이란 감정적 논리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대응논리를 위해서도 '강력한 대처'의 내용을 밝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앞서 이야기한 '설계적 안목'입니다.

같은 날짜 3면에 보도된 '도내 골프장 영업이익 헛스윙'에도 같은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취재기자는 "제주지역 골프산업이 외형적 성장에 그친 채 실속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역시 기사말미에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골프업계 관계자의 말을 보도합니다.

이 기사 역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어떤 것인지, 그것을 밝혀야 합니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은 당연한 주장인 듯 보이지만, 달리 보면 아무 것도 주장하지 않은 게 됩니다. 말끝에 끌려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썩 좋지 않습니다.

한 줄의 기사가 던지는 사회적 의미는 무겁습니다. '관점의 다양성'은 물론, 가능한 한 가치판단의 작용이 동시에 충족돼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기사의 밀도성을 높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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