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홍·전 제민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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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히 공급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알맞은 소재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해석의 합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바로 거기에 신문의 기능이 있습니다. 다양한 주장을 정리하고 복잡한 쟁점을 풀어 단순화하며, 경우에 따라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지방신문의 역할입니다.
그러나 그건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사가 그런 평가를 받으려면 그 자체 안에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사안의 단순한 설명은 이미 기사가 아닙니다. 기사가 '현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안'에 대한 '비판적 설명'인 것도, 그것이 바로 시대의 흐름을 뛰어넘는 해석이기 때문입니다.
제민일보 5월13일자 1면 톱 '신공항 추진역량 제주가 주도해야'도 저는 그런 관점으로 읽습니다. 동기사는 '도의회 신공항특위'와 '범도민추진협'의 '신공항 건설을 위한 간담회'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위주로 한다면, 간담회 내용은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습니다. "신공항 건설의 시기와 방법을 제주도가 결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과,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비전을 개발하여 중앙정부와 국책연구기관에 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기자는 간담회 내용을 사실 그대로 성실하게 보도하면 그만일 수 있습니다. 간담회의 성격에 따라 독자의 흥미나 관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발견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 자체가 기자의 훌륭한 몫입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만 않습니다. 그것만을 오로지 하는 것은 '소식지'일 뿐, 언론이 아닙니다. 아무리 '회의기사'이지만, '기자의 해석'을 소홀히 해선 안 됩니다. 물론 독자의 흥미나 관심을 중심으로 간담회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해석의 일종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신공항 건설의 시기와 방법을 제주도가 결정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 그리고 그것을 주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은 어떤 것인지, 그것을 읽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비전이 과연 어떤 것인지 그것을 밝혀내야 합니다. 간담회 내용이라고 하여, 신공항 건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원론적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만일 간담회 내용에서 그것을 도저히 읽어낼 수 없다면 그만큼 기사의 평가는 달라져야 합니다. 신공항 건설이 지역현안이라고 하여 아무 이야기나 '비중 있게' 다룰 수는 없습니다.
저는 '신문의 기사'인 한, '기사의 크기'에 따라 의미를 달리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짧은 1단기사도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비중 있게' 취급하려면 그만큼 무게가 있어야 합니다. 지역현안에 대한 문제라고 하여 내용이 빈약한 간담회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아무리 편집자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하더라도, 얼른 이해하지 못합니다.
'회의기사'는 그 자체로서 많은 논의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내세워 그것이 자칫 일반사람들의 의견을 주변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틀리지 않습니다. '기자의 해석'은 그것까지 감안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