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제주대 겸임교수)

2009년 1월 21일, 서귀포에서는 기쁜 일이 있었다. 비가 오는 중에도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해 축하를 했던 서귀포종합문예회관 기공식이 열린 것이다.

삼매봉 인근에 총 300억원을 투입해 총 연면적 9,183㎡에 지하4층, 지상2층 규모로 2010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위해 대공연장(817석), 소공연장(170석)이 있으며, 대전시실, 소전시실, 학습실 등 다양한 공간이 들어서게 된다니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그런데 기공식 이후에 5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다음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대공연장이 작아서 큰 공연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기는 했지만 정작 어떤 공연이, 어떤 전시가 이렇게 커다란 공간을 채울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혹시 몇몇 분에 의해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서귀포종합문예회관의 공연과 전시는 서귀포시민, 제주도민, 그리고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 서귀포이기에 대한민국 국민과 외국인까지 관람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준비 과정을 축제와 같이 진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민+관+예술인으로 구성된 추진기구를 제안한다. 추진기구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월별, 분기별, 연도별, 그리고 몇 년간의 장기 계획에 대한 초안을 마련하자. 이러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 년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공연과 전시 관련 실무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한다면 시민들에게는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참여하는 문화예술로의 길이 열릴 것이며, 예술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끼를 무한대로 발산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며, 적극적인 행정적 뒷받침을 하는 지자체는 서귀포시를 문화예술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과 명예를 얻게 될 것이다.

문화예술은 개인별로 호오(好惡)의 구분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분야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은 좋고 나쁨을 떠나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며,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는 분야이다. 서귀포종합문예회관의 개관 준비를 통해 서귀포라는 공익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마음이 열린 인물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과 문화예술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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