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세상 다리되어] ‘비보이’출신 사회복지사 강경환씨

힘들고 우울한 성장기 춤으로 극복
자신의 경험 바탕으로 청소년 접근
서귀포에 소극장·문화공연팀 결성


   
 
   
 
어느날 사라진 아버지의 자리를 소년은 춤으로 채웠다. 삐뚤어지지 않기 위해 땀을 흘리는 소년을 세상이 오히려 삐뚤어지게 봤다. 그런 세상에 지기 싫어 더 바로 살았던 소년은 성년이 된 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손을 뻗을 줄 아는 ‘흐뭇한’사람이 됐다.

서귀포 샘물교회 샘솟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강경환씨(30)는 우울했던 ‘비보이’시절을 남의 일처럼 편하게 얘기했다.

주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린들 눈을 피해 오토바이를 타기도 했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춤은 유일한 위안이었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비보이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그에게 돌아온 것은 ‘학교의 허락도 없이 격이 떨어지는 행동을 해 학교 이름을 부끄럽게 했다’는 질책과 체벌뿐이었다.

그런 시련(?)을 긍정적으로 극복한 강씨는 서울예전 무용과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좋은 가정 환경에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면 큰 무대에서 보란 듯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미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최고’가 있다면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필요하다면 섬이며 외곽지역까지 발품을 팔았다. 제남보육원과 인연을 맺고 ‘아트드림 비보이’팀을 만든 것도 이 때 일이다. 처음에는 ‘쌀이나 놓고 가라’며 문조차 열어주지 않던 아이들과 춤으로 소통하고 숨어있던 끼를 내보였다.

할 수 있다는 의지만으로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출장 강사로 7년을 제주 곳곳을 누볐지만 정착하는데는 자격이 필요했다. 그렇게 제주관광대학 사회교육과에 입학, 사회복지사 자격을 따냈지만 ‘청소년’을 위한 자리는 쉽게 나지 않았다.

강씨는 “비행청소년은 사회가 만드는 것이지 처음부터 나쁜 아이들은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나’를 봐주지 않고 가정환경 등으로 선입견을 만들고, 한번의 실수에도 용서 대신 낙인을 안기는 사회는 꿈 대신 좌절을 먼저 알게 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강씨는 “틀에 박힌 형태의 사회복지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아이들의 개성이 제각각인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 자신의 가정 환경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춤 춘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할 것을 강요받았던 과정을 거치고 나니 그 또래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말이다.

그는 지난 6월부터 지역아동센터에 정착했다. 그래도 필요한 곳은 계속 찾아간다. 그리고 서귀포에 작은 공간도 마련했다. 제주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를 즐길 기회가 적은 서귀포 지역 청소년과 젊은층을 위한 ‘소극장’이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다’라는 이름의 간판을 내걸고 비영리단체 등록까지 마친 공간에서는 누구든 악기와 춤을 배울 수 있다. 7월부터는 거리와 해수욕장을 돌며 공연도 열고 읍면지역을 찾아가는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자비로 꾸린 공간인만큼 매일 매일 새롭고 아직 모자란 것 투성이지만 강씨의 표정은 밝았다. “누구든 뜻을 같이 해준다면 그것이 힘”이라는 그는 같이 나누고 응원해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문의=010-7764-9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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