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팀 소속' 학예사·관장 '날치기' 임명
"제주대표 미술관으로 비전 찾기 어렵다"

   
 
   
 
박준헌 제주도립미술관 개관전시기획팀장이 30일 공식 사퇴했다.

미술관내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고 학예실을 운영팀내에 비독립적으로 편성, 실질적인 전시 기획이 어려운 구조인데다 관장 선임이 도의 독단으로 비밀리에 이뤄지는 등 미술관이 장기적 비전을 갖고 운영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이날 도립미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전문가는 없고 행정력만 있는 현 미술관 체제로는 미술관이 제주 대표 미술관으로 성장해 나가기 어렵다고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박 팀장은  "개관전을 준비하는 동안 제주도가 미술관의 개관 그 자체를 중요시 할 뿐 어떤 비전을 가지고 운영해 나가겠다는 의지나 희망은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한 뒤  "개관전이 시작되고 업무가 종결되는 이 시점에 와서도 노하우, 인적 네트워킹 등 자신들의 전문성을 전수해 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제주현대미술관에 있던 학예사와 향후 임용될 학예사 등 2명만으로 제주도 대표 미술관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이냐"고 반문한 뒤, "그마저도 적은 전문가를 행정 팀 내 낮은 위치에 배치시켜 실질적인 전시 기획이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박 팀장은 또 "관장을 민간전문가가 아닌 행정직 공무원으로 둘 때에는 '탄탄한 행정 지원' 이라는 전제가 있었던 것인데, 현재 짜여진 미술관 직제로는 행정 지원이 아닌 행정 '감시' 체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관장 선임과 관련, 지난 5개월여간 자신을 비롯한 관련 미술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전문가 관장의 필요성을 피력해왔음에도 이러한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관장 임명을 바쁜 행사 시간을 틈 타 비밀스럽게 진행, 미술관을 정치 공작적으로 운영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박 팀장은 "처음 개관전시기획팀장 자리를 제안 받았을 때 제주도립미술관의 운영에 어느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며 그러나 "엄청난 혈세가 투입된 미술관이 자치단체장의 치적사업의 하나로 인식, 전 공무원들이 여기에 혼연일체되는 행태를 보일 뿐, 미술관 운영에는 책임지는 이가 없다"고 주장, 사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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