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세상 다리되어] 제주대병원 암센터 호스피스 이영자씨

   
 
  호스피스 이영자씨. 죽음을 앞둔 이들은 손 한번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고 말한다.  
 
 한때 잘 먹고 잘 사는 '웰빙(well-being)' 만큼이나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자는 '웰다잉(Well-dying)'으로 사회가 떠들썩 했다. '잘 죽는 것'. '죽음' 앞에 어느 누가 담담할 수 있으랴.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혼자'라는 외로움이다. 그런 사람들의 손을 꽉 잡아주는 이가 있다. 제주대학교 병원 암센터에서 호스피스(hospice)활동을 하고 있는 이영자씨(59·사진)다.

 이영자씨는 올해로 만 3년째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횟수로 만 3년째이지만 사실 그는 호스피스 교육만 10년을 받았다. 10년 전이었다. 이씨는 30대 초반 몇 년동안 출산 후유중을 앓았다. 아픈 게 싫었다. 그래서 그는 건강만 회복하면 아픈 사람을 도와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다니던 교회에서 호스피스 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받았지만 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3년전 건강을 회복하면서 제주대학교 병원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남편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잃고 난 후였다.

 호스피스 교육을 받았을때만 해도 그는 몰랐다.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말이다. 유언장을 쓰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낯설기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두려움과 외로움에 떠는 사람에게 그저 손 한번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을.

 그는 하루에 4~5명을 돌본다.  환자들 대부분이 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 받았다.오전 8시 30분부터 필요한 것을 사다주기도 하고 말 벗이 되어준다. 환자들은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그럴수록 더 다가가려 노력한다. 이씨는 병원 뿐만아니라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 돕는다.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만들어준다.

 "온 몸에 암세포가 퍼져서 고생했는데 마지막에는 편안하게 갔다. 그와 마지막 생일을 함께 했다."

 이씨는 아직도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는 돌보던 환자가 임종하면 한 동안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떠나보내는 이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씨는 재혼 후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던 이정숙(가명)씨와 자매가 됐다. 언니·동생 하며 지낸다. 남편과의 자식이 없던 그와 함께 가끔 양지 공원에 들른다.

 이씨는 옆에 있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천둥·번개만 쳐도 우리는 무서워 벌벌 떤다. 하물며 죽음을 앞둔 사람이야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암 선고를 받으면 처음 1~2년은 가족들이 걱정하고 자주 방문을 한다. 처음에는 방문을 많이 하다가 차츰 발길이 뜸해진다. 친척, 친구, 가족, 부인, 남편…. 그러다 혼자가 된다.

 그는 "손가락에 길고 짧음이 있듯이 언제 어느때 삶과의 이별을 마주할 지 모를 일이다. 호스피스는 살아있는 동안까지 남아있는 날들에 대한 '삶의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죽음 앞에 두려운 하는 사람들의 손을 꽉 잡아줄 것" 이라고  말했다.  오경희 기자 okh0725@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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