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잘난밴드

 

 

   
 
  광주에서 나잘난밴드의 지명도는 높다. 청소년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모든 행사에서 그들의 끼를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제 잘못을 알 것 같습니다. 처벌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번 무대에 꼭 오르고 싶습니다”

 

나잘난학교가 자랑하는 나잘난밴드의 보컬 재엽이는 지난 5월말 광주지법 소년부 판사에게 2장이 넘는 장문의 편지를 썼다. 약속한 공연을 앞두고 옛친구들과 어울렸던 것이 화근이 됐다. 마친 공연날짜와 공판날짜가 겹치면서 재엽이는 오랜 고민 끝에 자필 편지를 선택했다.

나잘난밴드는 재엽이처럼 쉴새없이 ‘사고’를 치는 아이 외에도 학교 과정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쉬거나 평범하게 학생으로 생활하는 또래 8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2008년 5월 창단된 이후 벌써 2기가 활동 중이다. 예전같으면 누가 자신들을 알아볼까 악기를 만지는 것마저 조심스러웠지만 지금은 다르다. 조금씩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최근 열린 지역 음악페스티벌 행사에서는 멤버 개개인의 이름을 알리는 것 외에도 나잘난밴드가 구성된 배경까지 낱낱이(?) 공개했다. ‘혹시나’하는 학교 관계자들의 생각은 기우였다. 청소년으로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어하는 욕심까지 보태지며 낮잘난밴드의 공연은 회를 거듭할수록 신명이 붙었다. 많을 때는 한달 6차례나 공연을 펼친다.

그동안 가슴 속에 감춰 꺼내볼 용기도 내지 못했던 끼를 한꺼번에 풀어내듯이 아이들은 쉽게 지치지 않는다.

법원의 선처로 밴드에 남게 된 재엽이는 나잘난학교를 다니면서 크게 달라진 아이들 중 하나다.

상습폭력으로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받았던 기억은 벌써 옛날 일이 됐다.

공연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 아버지와 할머니까지, 개인 팬클럽이 따라다닐 정도다. 지금은 자신이 잘하는 일을 위해 실용음악과 진학까지 계획하고 있다.

박영희 팀장은 “처음에는 공연 전날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망설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스스로 결정하게 뒀더니 알아서 무대에 오르더라”며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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