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홍 <전 제민일보 편집국장>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단순한 사실'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 가치에 따라 해석된 사실'입니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반성해야 합니다. 이른바 '4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는 견해가 있음직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견해에 얼른 동의하지 못합니다. 본질문제에 대한 가치판단은 둘째 치고, 그 본질문제마저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은 괜한 트집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들리는 '도의회의 무기력'을 질타하는 소리(7월16일자 등)도 공허하게만 들립니다. 그 문제에 관한 한, 사회쟁점을 구조화하는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언론인 당신네들은?" 그건 분명 자책의 울림입니다. 사회적 갈등이 날카롭게 분출되는 상황에서 "그 쟁점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느냐"는…. 여기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는 순진함'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차마 '기획의 빈곤'은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관련기사마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설명이 절대 부족합니다. 가끔 도의원들의 목소리로 그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지만, 그것도 피상적 수준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애써 본질문제를 피해가는 듯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은 그 과정 따라 사실성에 입각하여 보도하면 그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적 적합성을 구현하기 위해선 보도사안과 관련하여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기목소리에 충실한 기자'의 바른 자세입니다. 그래서 더욱 아쉽습니다.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그 객관적 자료라는 게 대개가 너무 주관적입니다. 더더욱 모호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주민의 의견인 한,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주관적인 것을 객관적으로, 모호한 것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작업이 바로 기자의 직업적 형식입니다. 설령 그것을 공적으로 측정하는 일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문제들의 전달자' 역할만이라도 다 해야 합니다. 그건 '공론의 장(場)'을 의미합니다. 쟁점만 분명히 할 수 있다면,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의 다른 의견을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말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도민을 '능동적 발언자'로 유도해야 합니다. '도민 역량 결집'도 그래야 가능합니다.

기자는 자신의 시선의 깊이와 밀도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건 자신에 대한 엄격함에서 비롯됩니다. 비틀거리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이상 더 좋을 수 없지만, 비틀거리더라도 기자는 제 갈 길을 가야 합니다. 언론현장에 있는 한, 그건 숙명입니다. 그냥 되는대로 내버려두는 쪽이 아니라, 도저히 그냥 내버려두지 못하는 쪽에 과감히 서야 합니다. 비끗하면 매 걸음마다 실망과 환멸, 그리고 모멸과 만날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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