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홍 전 제민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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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에 대한 물음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물음입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개발의 어휘들은 그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침묵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개발에 대한 허구적 믿음이 우리의 실존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무시한 개발에 대한 맹목적 믿음은 우리의 전통문화마저 낯설게 만들고 있습니다.
더러는 그것을 위기로 진단합니다. 그런 위기의식은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개발의 어휘들이 우리의 삶과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 기인합니다. 자신 속의 무궁한 생명의 근원을 잊어버린 그 맹목적 믿음에서 암울한 미래를 읽어냅니다. 저도 원칙적으로 그것에 동의합니다.
전통문화의 문제는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로지 우리의 현명한 선택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건 혹 비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전통문화의 가치는 우리의 결정에 의해 창조됩니다. 문화면에 새로 연재되는 '우리문화를 지키는 사람들'을 주목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문화란 시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사회적 전통입니다. 그건 필연적으로 윤리적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이 바로 전통적 가치입니다. "가치없는 문화현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도 거기서 비롯됩니다. 그건 현재의 실존에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무조건 전통문화만을 고집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차라리 문화적 배타성을 혐오합니다. 우리의 이익과 관련된 범위 안에서만 바깥세계에 관심을 갖는 문화적 국지성이 얼마나 많은 역작용을 빚어왔는지 되돌아보면, 그걸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속적이고 고정된 어떤 특질에 집착하는 지역문화는 그 지역이 화석처럼 굳어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전통의 해체는 고통을 주지만, 그러한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준 높은 지역문화를 만들어 나가려고 할 때, 전통의 해체된 시대에 새로운 긍지를 가질 수 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존재론적으로 '우리가 그 속에 살고 있는 전통'과 하나입니다. 물론 전통문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순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문화는 우리가 존립하는 뿌리이며, 완전히 벗어나기가 불가능한 한계입니다.
그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킬 것은 지켜야 합니다. 개발 가운데서도 지역사회 스스로 전통문화를 지키는 보존력이 있다고 본다면, 그건 대단히 순진한 생각입니다. 개발과 관련될 때, 사회는 어떤 형태로든 비용과 이익에 관한 명시적 또는 함축적 결과만을 추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문화를 지키는 사람들'이 바로 그 일선입니다. 언론은 모든 기회와 경로를 통해 그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합니다. 혹 진부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목소리에 우리가 공유해야 할 '뿌리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전통적으로 형성됩니다. 그것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가치에 대해 한번도 묻지 않는 것은 결코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제민일보의 '우리문화를 지키는 사람들'이 그 의미를 묻는 또 다른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