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디딤돌 학교
| ‘학교밖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 역시 맘이 바빠졌다. 지난 6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공립 대안학교 신설을 포함한 ‘학교 부적응 및 학업 중단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학교밖 청소년을 지켜봐왔던 사람 중 대다수가 기대보다는 우려를 앞세웠다. 학교밖 청소년의 다양성을 무시한 ‘틀’이 가능할리 없다는 이유다. |
#할 일 많아진 도시형 대안학교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에 위치한 디딤돌학교는 도시형 대안학교로 분류된다.
지난 2001년 9월 서울시 수서동에 문을 열 때만 해도 영구 임대 아파트촌 내 빈곤가정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주말학교였다. 상대적인 교육 소외가 돌봄 이상의 사회적 요구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사회 환경이 바뀌면서 제공해야하는 서비스 역시 변화가 필요해졌다.
공간 등의 문제로 2003년 지금의 위치로 학교를 이전했다. 2004년 ‘학교밖 청소년 배움 공동체 디딤돌’이란 명칭으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한 후 조금씩 영역을 확대했다. 2006년 유스보이스센터를 따로낸 데 이어 성장 센터와 길찾기 센터까지 학교밖 청소년들의 요구에 맞춰갔다.
부설 상담실과 도서관, 연구소 외에도 2곳의 지역아동센터와 지역사회배움터 1곳을 운영하는 등 ‘잘 살아가기 위한 삶’을 학교밖 청소년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학교밖 청소년들의 가능성을 믿지만 그만큼 ‘엄격한’기준을 적용한다. 1년 두 차례 공식 모집 기간을 운영하지만 본 과정에 앞서 반드시 ‘예비학교’를 거쳐야 한다. 예비학교에서는 한 달에 걸쳐 입학 적응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제 시간에 등·하교를 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인 셈이다.
처음에는 지역내 고등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사회복지시설 등에 도움을 요청해도 자리를 채우기 힘들 정도였지만 점차 지역에 자리를 잡으면서 최근에는 거꾸로 입학 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변했다. 2개월에 한번씩 수시모집을 하고 있을 만큼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도 늘었다.
# 힘들지만 ‘자기 길을 찾는’과정
디딤돌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검정고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평소에 영어·수학에 한(限)이 맺혔던 만큼 “왜 해야 하냐”는 투정 아닌 투정이 쏟아지지만 자신들의 실력에 맞춘 수업은 곧잘 따라간다. 간혹 “일반학교 보다 힘들다” “도망칠 구멍이 없다”고 하소연을 하고도 다음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학교를 찾는다.
디딤돌학교에서 신경을 쓰는 부분 중 하나는 ‘관계맺기’ 누가 시킨 것도, 유행병도 아닌데 무기력증과 준정신장애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좀처럼 늘고 있는 것도 최근의 특징이다 보니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이 됐다.
한달 1~2번 정도 캠프를 가고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도보여행·벼룩시장 등을 시도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또 남을 살피게 하는 것은 지금까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올 여름에는 환경·지역 밀착형 ‘착한 여행’을 시도했다.
이런 프로그램 모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통해 이뤄진다.
# 갈수록 커지는 숙제
합격 이후 사회적응이나 진로 찾기에 대한 고민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사정은 이곳도 마찬가지다.
대학 진학에 유학까지 보내봤지만 많은 수의 아이들이 다시 학교를 찾았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경제적 문제 등으로 대학이나 취업 모두 대안이 되지는 않는다.
이정현 길잡이교사는 “성실하게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까지 진학했던 1기 학생이 군 제대후 다시 학교를 찾아왔었다”며 “의존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딤돌학교에는 그래서 ‘졸업’이 없다. 목표가 정해진 경우에 한해 수료식이 있을 뿐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있다.
열심히 공부하는 만큼 ‘재미있게 놀기’도 디딤돌 학교가 추구하는 과제다. 그러다보니 자원교사의 도움이 절실하다.
수치화된 ‘성과’를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역시 넘어야할 산이다. 아이들의 변화가 곧 성과지만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은 ‘학생수’뿐이기 때문이다.
조주현 교장은 “정부에서 학교밖 청소년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상은 반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제도권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을 다시 제도권에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고 현재 운영중인 대안학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