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숙 시인 「지문을 지우다」펴내
갈수록 성깔만 남은/ 늙은 바다/ 어젯밤 하늘을 보며/ 술취한 소리로 울다가/ 새벽녘 저 혼자 돌아와/ 방파제 밖에서 잠이 든다/ 태양이 눈을 뜨면/ 등 푸른 지느러미가/ 부챗살 무늬로 빛나며/ 바다는 어느새 내게로 다가와/ 마음을 두드린다('아침바다' 중)
'파도의 시인' 이라 불리는 양민숙 시인. 그의 시에는 유독 '바람'과 '바다'가 각양각색의 얼굴을 하고 나온다. 때로는 바람이 되어, 때로는 해무가 되어, 때로는 파도가 되어 그렇게 다양한 파도소리를 들려준다. 이번에는 시집「지문을 지우다」를 통해 또 다른 시원을 향한 존재너울의 울림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양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나'라는 존재 물음의 행동 주체를 분명히 밝혀쓴다. 그 서술어는 '시작하다'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 속에 '미아, 우울, 잃어버림, 표류의식' 등을 담아 파도치듯 존재 너울을 경험하고 있다.
양영길 문학평론가는 시평에서 "양 시인의 존재 물음이 그 만큼 순수하고, 상큼하다"며 "풍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하는 존재론적 사유의 깊이가 행간을 가득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양 시인은 1972년 제주출생으로, 2004년 「시사문단」에 시 '겨울비' 외 2편으로 등단, 제주문인협회 회원, 한수풀문학 동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책나무·8000원
김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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