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 갤러리하루,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제주대 건축학부 강사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배타적이라 평가하고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도 제주 사람들의 폐쇄성을 당연하듯이 이야기한다. 제주가 바다에 둘러싸여 어쩔 수 없이 폐쇄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데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이후로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하려 노력해왔다. 마침 제주가 자치체계를 잃고 복속된 시기다. 그 이후 제주는 중앙의 착취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며, 지방관리의 부임지 중 기피 1호인 곳이고, 체제 이반자의 유배지로 전락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인들은 주체적인 체계 없이 철저한 통제 속에 살게 되었다. 통제는 폐쇄를 불러온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바다는 활동의 자유로움을 보장하지만 오히려 울타리로 변하였다.

그렇다면 제주가 원래 폐쇄적이었을까? 고려사에 보면 제주의 고·양·부씨와 혼인한 3공주가 일본국으로 되어 있다. 실제 탐라국이 건국되던 시기에 일본이라는 나라는 없었으니 바다 위의 먼 나라로 보는 견해가 타당성이 있다. 또한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은 외부와의 교류 없이는 생존이 힘들어 우리나라 남해안, 일본, 유구 열도, 대만 등과의 교류가 불가피하다. 즉, 제주는 당시에는 해외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남해안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와 교류를 하는 개방적인 국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왕권을 강화해 나가는 고려시대 이후로 바뀌게 된다. 거리가 멀어 중앙의 직접적인 통제를 하기 힘든 제주가 독자적인 교류를 하는 것이 중앙의 입장에서는 좋게 보일 리가 없다. 당연히 통제에 들어가게 되고 제주는 폐쇄적인 곳이 되고 만다. 즉, 제주의 폐쇄성은 주변국과의 정치적인 관계 속에서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폐쇄성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유리하지 않다. 특히 관광산업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개방성은 다양성을 확보하게 되고, 다양성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사회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그렇다고 제주의 폐쇄성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현대의 성장산업은 문화다. 그리고 현대사회가 원하는 문화의 핵심은 개성 있는 지역문화다. 제주의 폐쇄성은 독특한 지역문화를 남겨놓았다. 제주문화는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한 훌륭한 자산이다.

제주에서 폐쇄성을 이야기하는 배경에는 자신이 제주의 원주민과는 다른 타 지역에서 온 지배자 계급이라는 선민의식과 원주민에 대한 멸시도 느껴진다. 그리고 스스로 제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묘한 패배주의를 같이 가지고 있다. 왜 제주가 폐쇄적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 원인이 자발적인 것이 아닌 타자에 의한 것이라면 굳이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주의 독특한 문화와 다시 되찾은 제주인의 개방성을 잘 결합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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