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배제한 철저한 객관성이 창작의 세계"

제주출신 재일동포 2세 현월씨(34·본명 현봉호)가 일본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아쿠다가와상의 제 122회 공동수상자고 선정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수상작은 「가게노 스미카(그늘진 동네)」.

제주출신 재일동포가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한 것은 이양지에 이어 두 번째. 재일한국인으로는 이회성, 이양지, 유미리씨에 이어 4번째다.

수상작「가게노 스미카」는 재일동포 사회의 삶과 애환을 그린 소설로 지난해 「문학계」11월호에 발표되었으며, 다음달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한 현씨는 오사카시립 미나미고를 졸업한 것이 학력이 전부다. 독학으로 문학수업을 했다. 94년부터 본격적인 집필활동을 한 현씨는 98년 「무대 배우의 고독」이란 소설로 문학계동인잡지 우수작에 선정됐고, 99년에는 고타니쓰요시 문학상을 받는 등 일본문단의 평가도 받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남제주군 성산읍 출신. 태평양전쟁에 이어 4·3때 일본에 건너와 정착 했는데 현씨는 현재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여자구두공장을 경영하고 있다.

다음은 현월씨와 일문일답.


- 수상작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다면

"조선인 마을이 무대다. 작품 속에서는 '집락(집단부락)'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우선 2500평 정도 크기의 부락을 설정, 그마을이 생겨난 당시 7세였던 사람이 68년간 계속 살고 있다. 당초 마을에는 전쟁을 전후해 가난한 조선인들이 살았으나 고도 성장기에 모두가 마을을 떠나 마을이 붕괴 직전에 처해있다. 그러나 그 마을에 커다른 공장이 생겨 불법체류인들이 살면서 마을은 존속한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의 밀고에 의해 마을은 붕괴로 치닫는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오른쪽 손목이 없어진 조선인 노인은 경찰에 계속 대항했고, 5월에는 화해권고 이야기도 들려온다."

- 일본은 한국에 대해 이렇다할 전후 보상을 행하지 않고 있는데.

"종군 위안부나 강제연행의 문제는 일본인의 논리상 증거가 없는 것으로 매듭돼기 일쑤여서 지금까지 한 걸음도 진전된 게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군인으로서 전쟁에 가 부상을 입은 것은 명확한 증거이며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남아있을 터이다.

당시 일본인으로서 싸웠다면 일본인과 같은 장애인 처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에 관해서는 일본의 방식은 절대 안된다."

- 자신이 재일 한국인이라는 점에 관해서는.

"창작자로서의 나와 보통의 나는 별개다. 나 개인은 재일한국인으로서 살아갈 수 밖에 없으나 창작자로서는 그것을 적용해 버리면 제한을 가하게 된다. 이번 작품은 충분히 재일 한국인의 이야기가 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이런 흐름으로 가게 될 것은 아니다. 의식적으로 그런 고정관념은 배제해야 할 것이다.

- 활약중인 동포작가에 관해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

"내 자신이 소설을 잃은 것이 서른살이 다 되서였다. 계기는 문학소녀 누나의 책꽂이에 책이 가득해서 읽기 시작했다. 동포작가들의 작품은 대충 읽어보았으며 김석범씨를 가장 존경하고 있다."

- 고향 제주도에 2차례 간 적이 있다고 하는데 한국어 실력은.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 최근의 급속한 재일동포들의 귀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자신은 동포 2세이며 심정적으로는 귀화하고 싶지 않다. 시대흐름상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으나 모두가 본명인 채 귀화했으면 하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귀화가 크게 늘어 '한국계 일본인' '조선계 일본인'이란 말이 앞으로 일반화될지도 모르지만, 무리한 예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창작자로서의 세게에 관해 얘기한다면, "이카이노(이쿠로 지역의 옛 지명)라는 마을의 존재 방식은 소설에서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다소 감정이 개입된 작품도 많이 접했으나 서정에 치우쳐버리면 일본 문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

그렇지만 내 작품은 완전히 픽션이다. 또한 자신은 이카이노에 살면서도 이카이노에는 거리감이 있어 객관적으로 이카이노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카이노를 무대로 글을 쓰도라고 '이카이노 소설'은 될 수 없다. 그 점에서 내 자신이 '창작자로서는 在日로부터 벗어난 점' 이라고 듣게 되는 부분이다. 역시 내부에서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내부를 보아야 할 것이다." <대판본사 = 양안자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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