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천 은빛 은어가 사라지고 있다"

겨울바다를 보기 위해서 외도(外都)로 향했다.바다는 그대로 버려져 있듯이 조용하다.사람들이 떠나버리고 나서야 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바다물결은 연중 이맘 때가 가장 투명하다.눈이 시리도록 바다를 본다.
누구든 이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세상 욕심과 허황된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조간대
 
 제주시 외도2동 조간대는 외도천 하류에 자리잡은 ‘개맛’에서부터 ‘연대포구(너븐여개)’·‘망알’을 거쳐 북제주군 애월읍과 경계를 이루는 ‘벼락맞은 내’에 이르기까지 광활하다.

이 일대 어로문화유적으로는 ‘멜케’·‘독수’·‘망알’·‘연대원’·‘큰신통’·‘족은신통’ 등 모두 6개의 원담이 있다.
이가운데 ‘연대원’은 마을사람들이 담을 쌓아 인공적으로 만든 것으로 한때 톳 양식장으로 운영되기도 했다.‘멜케’ 등 나머지는 물웅덩이 지형을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어촌계는 하나지만 바다는 둘이라는 점이다.‘연대바당’과 ‘월대바당’으로 구분되며 그 경계는 ‘중뜨르’동산이다.

 이 일대의 ‘가린여’‘새창여’‘서새여’‘동새여’‘따비여’‘조강여’‘지방여’‘도랑튼여’‘연대코지여’‘톤여’등 여지형물은 지역주민들의 생업의 터전으로 자리잡아 왔다.소라·전복·미역·모자반 등의 수산물이 많이 났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에 비해 생산량이 훨씬 떨어진다.
 99년 상반기에 제주도가 해수와 담수가 혼합되는 외도천 하류에 대해 수질조사를 한 결과 COD(화학적 산소요구량)이 1.8 mg/ ℓ로 해역환경 2등급에 해당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큰 원인은 생활하수와 해안가 쓰레기 불법소각에 따른 침출수의 유입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또 바다밭에 생업의 터전을 둔 주민들이 체감하는 오염도는 수질조사 수치이상으로 다가온다.

 주요 서식식물로는 메꽃과의 갯메꽃과 벼과의 갯잔디·모새달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이가운데 갯메꽃에 대해 이곳사람들은 ‘개꽃낭’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 모새달은 해변습지에서 나는 다변초로 키가 70∼120㎝이며 갈대와 비슷하지만 약간 가는 게 특징이다.


▲외도천

 외도천 하류의 ‘개맛’일대에는 상류에서 내려온 모래가 쌓여 큰 모래사구를 이뤘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마을 원로들은 이에대해 “일제(日帝)때 군용비행장을 만들면서 모두 실어가 버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외도천 대표어종으로는 은어·참게를 꼽을수 있다.이가운데 은어는 유어기때 바다에서 지내다가 이른 봄에 하천을 거슬러 올라와 자갈 많은 곳에 산다.

 몸은 가늘고 길며 측편하고 몸빛깔은 어두운 청록색을 띤 회색으로 배쪽에 이를수록 그 빛깔이 엷어진다.은어는 특히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척도를 알려준다.

 이곳에서 은어횟집을 하는 김기호씨(52)는 “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은어가 정말 많았다.비가 내린후 흙탕물이 피어오르면 깨끗한 물을 찾아 이동하는 은어떼를 쉽게 볼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농약과 생활하수가 많이 유입된 탓인지 은어를 찾아보기 힘들다.“날씬함을 한껏 자랑냈던 은어의 몸매가 기형적으로 변해 넓적하거나 등허리가 휜 상태로 발견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이마저도 거의 자취를 감추고만 상태”라고 김씨는 아쉬워 했다.

외도천은 해발 1650m의 한라산 장구목에서 발원해 어승생수원을 만들고 주변의 용천수와 어우러져 흐르면서 비교적 용출량이 풍부하다.

 외도천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외도천과 도근천이 합류하는 지점의 ‘월대소’를 비롯 ‘고내소(고넹이소)’‘나라소(드리소)’‘진소’‘검은소’‘간내’ 등 물이 항상 고여있는 소(召)지형물이 많다.

 물론 수량은 예전만 못하다.인근에 수영장이 들어섰고 곳곳에 지하수 관정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1530)과 제주군읍지(濟州郡邑誌·1899년) 등에 따르면 ‘도근천과 외도천이 합류하는 이곳에는 큰 연못이 있고 수달과 같은 형상의 동물이 살고 있다’고 기록돼 있어 흥미롭다.

 외도천을 따라 외도수원지 상류에 해당되는 광령리 지경에는 근래들어 개발바람을 타고 호텔·콘도·골프연습장 시설물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상수원 보호구역을 끼고 있는 만큼 그 어는 곳보다 환경친화적인 개발 노력이 바라진다.

 98년 제주환경운동연합이 펴낸 습지보고서에 따르면 외도천 주변에는 ‘두점박이 잠자리’‘사마귀’‘소금쟁이’‘물땅땅이’ 등의 곤충류가 있다.

 또 양서류인 북방산개구리와 청개구리,파충류인 ‘도마뱀’과 ‘살모사’‘유혈목이’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가운데 ‘유혈목이’는 몸길이가 50∼120cm 가량되며 개구리류 등을 잡아먹고 산다.흔히 제주말로 ‘물배염’‘돗줄래’이라고도 한다. <취재=좌승훈·좌용철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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