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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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수길 변호사 | ||
양벌규정은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실제로 범죄행위를 한 사람 이외에 관련 있는 법인 또는 사람에 대하여도 형벌을 과하는 것으로, 철저한 행정단속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술 또는 담배를 판매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그 개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청소년보호법 제54조 규정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였다(2008헌가10). 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영업주가 고용한 종업원 등이 그 업무와 관련하여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그와 같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영업주가 비난받을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이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가 있으면 자동적으로 영업주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이다.
이에 대하여 업주는 종업원이 청소년에게 판매한 술 등의 실질적인 이익을 취득하고, 사실상 종업원의 위법행위는 업주의 묵인 또는 방치에 의하여 발생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업주를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영업주라는 이유만으로 종업원의 행위에 대해 어떤 가담도 없었던 경우까지도 형사처벌을 한다는 것은 비난가능성이 없는 자에 대한 처벌을 확대하는 것으로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에 반하는 것이고 또한 개인에게 불의의 피해를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위헌결정이 나기 전에 청소년에게 술을 판 것으로 수사, 재판 중이거나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업주들은 어떻게 될까?
먼저 수사 중인 경우에는 무혐의로 불기소처분이 될 것이고, 재판 중인 경우에는 검사의 공소취소에 의한 공소기각결정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소취소를 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른 경우에는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야 할 것이다.
한편 형사처벌규정은 위헌결정의 소급효에 의하여 효력을 상실하므로 이미 유죄를 선고받은 업주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3항),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형사보상법에 근거하여 형집행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형사보상법 제1조 제2항).
형벌은 국민의 신체의 자유나 재산권에 대한 강력한 제약이므로, 그 행사나 근거규정에 대한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 유무에 관계없이 타인의 행위로 함께 형사벌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은 상당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양벌규정에 대한 전반적인 법률의 정비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류수길·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