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심각성·위기감 팽배…사회적 대응은 더딘 걸음
공감대 바탕 ‘잠재력’개발 통한 성장 유도 필요
홍콩, 정체성 혼란 청소년 대상 ‘창의성 학교’모델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던 학업 중단 문제가 사회 구조적 결함 때문이라는 공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0일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린 청소년 한·일 학술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은 어떻게든 ‘위기’청소년에게 방향을 제시할 사회적 장치 마련에 목소리를 모았다.
정규 교과과정 등이 맞지 않아 스스로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등교를 거부당하는 학생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일관된 잣대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해 600여명이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는 상황에서 제주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너’아닌 ‘우리’때문
지금까지 취재를 통해 살펴본 바에 따르면 ‘학교밖 청소년’은 조직 생활이나 정해진 규칙에 따르지 못하거나 하는 개인적 성향의 문제로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가족 해체와 경제적 어려움 등의 문제에 직면했던 청소년들이 1세대 학교밖 청소년이라면 2세대부터는 이들 문제가 누적되고 또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입시 위주 교육이 강화되고 사교육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면서 교육양극화에 따른 학교밖 청소년도 양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감에도 청소년 관련 정책은 후순위로 밀리면서 사회적 안전망 역시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학교밖 청소년과 관련한 대책은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교과부는 학교 내 예방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단위학교의 전문 지도·상담 강화와 예방 및 지원 프로그램 운영, 대안학교 확대 및 대안 교육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한 위(We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보가부는 취약가정 청소년 지원과 전문서비스로 부적응 학생을 예방하고 지역사회 위기 청소년 안전망 등에 무게를 둔 지역사회 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수의 학교밖청소년들이 거리를 떠돌며 각종 범죄 등 비행에 노출되고 있다.
지원대책이 이원화되다 보니 일부 사각 또는 중복 지원이 발생하는 문제가 나타나는가 하면 아직까지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어 적극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감추기에 급급, 제대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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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가 파악하고 있는 학업중단학생은 고등학생을 기준으로 2005년 242명·2006년 220명이던 것이 2007년 372명에 이어 지난해 445명으로 3년 새 갑절 가까이 늘었다.
이중 실업계고 학업중단 학생은 심각할 정도다. 2005년 195명·2006년 183명이 학교를 떠난 데 이어 2007년에는 294명, 지난해는 366명이 제도권 교육을 포기했다.
유예나 면제 등의 이유로 학교를 떠난 중학생들도 2006년 이후 매년 100명이 넘는다.
이들 중에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많고, 중학교·고등학교 모두 ‘1학년’의 고비를 넘지 못해 학업 중단을 선택하고 있다. 학교밖 청소년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셈이다.
학교밖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청소년들의 학교 이탈을 막는 것이다. 사실상 ‘등교를 거부 당하는’ 사례가 존재하고 있는 만큼 교육계의 적극적인 의지가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한다. 이탈이 발생했을 때 조기 개입을 통해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한다거나 방향을 잡도록 도와주는 것도 절실한 부분이다.
구본용 강남대 교육대학원장은 “연구 결과 등을 살펴볼 때 학교를 떠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학업과 관련이 있다”며 “학업중단의 위험이 높으면서도 학업을 계속하는 학생과 중도에 포기한 학생들 사이에는 진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계획이 있는가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많은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학교가 맞지 않는 청소년들을 위한 상설 진로 상담 창구가 필요하다.
△‘창의성’에 주목하라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가 운영되고 있는데 반해 제주에는 아직 변변한 교육 시설이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검정고시 지원을 위한 야간학교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일부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대안학교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대안학교에 대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고민에 김희옥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 등 관련 전문가는 홍콩의 창의성 학교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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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다 윙 홍콩창의성학교 교장은 “15~21세 청소년들에게 창의적인 배움의 경험과 자기실현 기회를 제공, 잠재력을 키움으로써 시민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아이도 어른도 아닌 ‘키덜트’들에게 접근 가능한 정보의 바다속에서 따분한 수업만 강요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청소년들이 통제가 안되고 정해진 사회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포용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안목으로 잠재력을 끌어낸 아이들이 미래 사회를 지탱할 재목”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옥 부센터장도 “대안학교라고 해서 시대에 처지고 부족한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선입견”이라며 “홍콩 창의성 학교처럼 잠재력을 가진 청소년을 끌어들이는 것 역시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