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 (제주외고 논술강사)

살아가면 갈수록 쉬운 일보다는 어려운 일이, 간단한 일보다는 복잡한 일들이 더 많다는 걸 느낀다. 그럴 때마다 '아, 이래서 어른들 말씀이 젊을 때가 좋은 거라고, 어릴 때가 좋은 거라고 하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딸아이의 첫 돌을 치렀다. 집들이 겸 집에서 돌을 치르기로 했다. 지나고 보니 그 결정을 참 쉽게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메뉴 정하기를 시작으로 준비해야 할 일들은 많았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집안 정리는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족과 친구들, 지인들의 도움으로 내 인생 첫 대사(大事)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자화자찬이지만!

아픈 허리에도 맛있는 장아찌를 한 통 가득 만들어다 주신 시어머니, 교류 도시에서 손님들 오셔서 조찬회의에 참석해야 했지만 큰 딸 걱정에 양해를 구하고 달려와 주신 친정엄마와 친정아빠, 황금 같은 신혼 주말을 멋지게 포기해 준 여동생과 제부, 아픈 몸을 이끌고 오셔서 설거지까지 해주신 사촌 형님과 쑥쓰러워 하면서도 부지런히 쟁반을 날라 손님 접대를 도와준 사촌 시동생, 그 외에도 수많은 친지분들께도 무한 감사를 드린다. 가족이니까 당연하다고 여기기엔 너무도 큰 은혜와 감사를 받았다.

또한 자기 집 제사 준비를 마치고 한 달음에 달려와 준 친구, 친정아빠께 7개월 된 딸아이를 맡기고 와준 친구, 저녁 늦게 일을 마쳐 힘든 몸을 이끌고 와 준 친구들, 가족 모임을 뒤로 미룬 채 아침 일찍부터 와 준 친구, 그 외에도 황금 같은 주말의 여유로움을 포기하고, 수많은 경조사의 부담에도 기쁜 마음으로 와주신 친구와 선후배들께도 감사한 마음이 한 가득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며, 그들로 인해 나의 삶이 얼마나 행복하고 살만한 지 새삼 깨닫는다. 내가 잘못하고, 실수투성이의 행동을 할 때 그들은 내게 따끔한 충고를 해주고, 애틋한 위로와 용기를 준다. 그리고 내게 좋은 일이 생기면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격려해 준다. 이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 글을 쓰고 있자니 난 정말 행복하고 복 많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잔치를 치르기 전 나는 이 고마운 사람들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내 생활이 힘들고 어렵고, 외롭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돌잔치를 마치면서 깨달은 것은 정말 소중한 것들에 대한 대단한 가치를 못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느끼지 못한다고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진심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그대가 내 곁에 있어 정말 힘이 납니다. 그대가 내 곁에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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