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세상 다리되어] 제일지역아동센터 ‘제일 드래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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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야구장비를 갖추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하지만 박영식 시설장의 갑작스런 투병으로 이 아이들에게 주위의 따뜻한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다. | ||
박영식 시설장 뇌경색 투병 빈자리에 안타까움 더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크다. 큰살림을 이끌 던 '아버지'의 부재는 그래서 더 힘이 들다.
이달 말이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취약아동야간보호수행기관 3년차를 꼬박 채우고 '앞으로'를 걱정해야하는 참이어서 더 그렇다.
아동복지시설인 제일지역아동센터(이하 센터)는 그런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구단'을 꾸리기로 했다. 여기에는 인근 아파트 경비원이 건네준 낡은 야구 장비가 큰 역할을 했다. "누가 쓰다 버린 것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갖고 놀기에는 아직 충분하다"는 말과 함께 야구 배트와 글러브 등을 건네받은 아이들은 동네 소공원에서 캐치볼을 하며 꿈을 키웠다.
센터는 지역특성을 감안,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생계 등의 이유로 저녁시간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여의치 않은 가정을 위한 취약아동야간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공동모금회의 도움을 받아 중장기 사업으로 진행해왔지만 오는 30일이면 3년차 사업이 만료, 계속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간 보호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다시 외로움을 곱씹어야할 아이들이 맘에 걸린 박영식 시설장(56)은 다시 발품을 팔았다. 복권기금과 공동모금회 사업 신청 등을 통해 지난달 야구 장비를 구입했고,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20명으로 '제일 드래곤즈'라는 팀까지 꾸렸다.
새 글러브며 포수 마스크 등을 써보며 잔뜩 들떠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잠시, "다음 주 첫 연습을 하자"는 약속을 박 시설장은 지키지 못했다. 갑작스런 뇌경색으로 중환자실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복지사업에 투신하기 위해 '나홀로' 귀향, 중풍에 걸린 노모와 70여명의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던 터라 빈자리며 안타까움이 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의식을 회복한 박 시설장은 아이들과 지키지 못한 약속과 내년 사업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하루 4시간씩 재활치료를 받으면서도 야구 코치를 수소문하고 센터 겨우살이며 내년 사업까지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있다.
나눌 줄만 알았던 탓에 박 시설장의 오랜 병원생활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돌아오고 있다. '아버지'가 오래 자리를 비우면서 센터 곳곳에서 소리없는 도움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센터 임윤정 복지사는 "오랜만에 센터를 찾아오거나 상담을 요청하는 아이들이 있어도 예전만큼 시간을 내주기 힘들다"며 "이제 연말이라 사업 결산이며 내년 사업 준비도 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모금회의 배려로 내년 3월까지 야간보호프로그램을 연장할 수 있게 됐지만 그 후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도 걱정이다.
작가 김홍신은 자신의 저서 「인생 사용 설명서」에서 희망은 사람이 가진 최고의 자산이라고 했다.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가장 사람다운 징표이기도 하다. 그런 희망은 공짜다. 마음만 활짝 열면 말이다.
제일지역아동센터는 그런 마음을 기다리고 있다. 후원문의=756-1878. 후원계좌=178534-51-028299(농협) 874101-01-084234(국민은행) 510412-01-001843(우체국).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