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 동화작가

 '엄마를 부탁해'

소설가 신경숙씨의 소설집 제목이다.

나는 신경숙 그녀의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마 소설을 읽는 여자들이면 누구나 그녀의 글맛을 좋아하리라 생각한다.

조곤조곤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녀의 글을 읽어 나가다보면 어느새 책 가운데 주인공은 그녀가 풀어놓은 이야기 속 인물이 아니라 책을 읽는 내가 그녀의 소설 속에 들어앉아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것을 만나게 된다. 아마 이런 느낌을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책, '엄마를 부탁해' 책 끝장을 닫으면서 나는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3월, 출산을 위해 엄마 집에 있던 나도 함께 떠올랐다. 

그곳에서의 나는 엄마도, 아내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오직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의 딸로 그곳에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나는 두 분에게 다시 딸이라는 이름으로 당신들의 손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철 이르게 나온 딸기 바구니를 사들고 들어오시던 아버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딸에게 먹일 거라며 딸이 좋아하던 음식들을 수도 없이 자꾸만 해 놓으시던 어머니. 

마흔이 넘어서 출산을 하는 딸, 그 딸을 위해서 일흔의 노모는 온갖 정성을 다 쏟았다. 어느새 어머니도 너무나 멀리 가 계셨다는 것을 그때야 비로소 느꼈다. 언제나 그곳에 그 모습으로 계실 부모님으로 여겼었는데 어느새 두 분도 시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계셨다. 

"니하고 이래 오래 있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제 싶다. 언제 이래 니가 오래 집을 비우고 있   을 수 있나? 출산하느라 고생은 했어도 이번에 참 즐겁고 좋았다."

딸을 데려다 놓고 집으로 돌아가시면서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엄마를 부탁해' 소설을 닫으면서 나는 그 분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하며 뜨거운 것이 울컥울컥 올라왔다.
 '그때, 아주 오랜만에 딸로만 있을 수 있어서 나도 무척이나 행복했었다.'는 말을 오늘은 전화를 걸어서 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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