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 <제주대 건축학부 강사·갤러리 하루 대표>

내년에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제주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현재의 십자형교차로를 신호등이 없는 회전교차로로  전환한다는 것입니다. 회전교차로의 상징적 의미를 더하면 평화의 섬이며 관광도시인 제주에 어울리는 제안이라 생각합니다.

이 제안에 대한 생각을 해보기 위해 도로에 대해 한번 이야기할까 합니다. 도시는 예부터 사람들이 모이고 돈과 물자가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이러한 소통과 유통은 도로를 통해 이루어지고 그 만남의 장소가 교차로가 됩니다. 서양에서는 광장이 있어 시장의 역할을 겸하지만 우리나라는 광장문화 없이 시장으로 모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교차로는 광장의 역할 없이 도로의 기능만 하게 됩니다. 중앙집권적인 분위기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을 싫어하는 것도 광장이 없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교차로에 여러 방향에서 들어오는 길이 연결되기 때문에 사거리가 아닌 오거리, 육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통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길이 연결되어도 무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많이 모이니 더 좋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자동차가 길을 차지하면서 상황은 달라집니다. 교차로는 적절한 교통량을 넘어설 경우 혼잡하게 되고, 질서유지를 위해 신호등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사거리가 아닌 오거리, 육거리 교차로는 심각한 교통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이는 경제,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 됩니다. 

현재 제주에는 대표적인 회전교차로가 몇 군데 있습니다. 제주시에 신제주로터리가 있고 서귀포시에 1호광장(중앙로터리)이 있습니다. 그리고 회전교차로를 추진해야 할 곳으로 서귀포시의 동문로터리가 있습니다. 신제주로터리는 사거리이면서 교통량이 적절해보입니다.

그런데 서귀포시의 1호광장은 이미 회전교차로와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칠거리이면서 북단에 기존 도로와 위계가 전혀 다른 도로가 만들어져 현재와는 다른 방법이 필요한 곳이며, 서귀포시의 동문로터리는 오거리인데 교통량이 많아져 굉장히 혼잡한 곳입니다.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회전교차로를 만드는 것은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로 보입니다.

이번 교차로 형식변경을 위해서는 기본 원칙이 분명히 서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자동차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이어야 하고, 혹시라도 도로를 넓히기 위해 도시 안의 녹지를 훼손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별 문제가 없는 교차로를 재정비하면서 예산을 낭비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몇 년 전에 고사된 제주대 인근 교차로 한복판에 있던 오래된 소나무가 생각납니다. 시간은 우리 현실을 아이러니하게 비춰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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