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녹색미래] <1> 프롤로그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지속적인 개발이나 도시화의 물결로부터 귀중한 자연과 역사적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기부금을 모집하여 토지나 건축물 등을 매입 또는 기증 받아 보존·관리하고 공개하는 운동

 '곶자왈'…중산간 황무지에서 환경 보존 상징으로
 영국에서 시작된 NT 운동에 다양한 변화 나타나
'지역성 근거한 풀뿌리 운동'통한 대안 찾기 방법

 

   
 
  ▲ 선흘곶자왈 전경  
 

 화산이 분출할 때 흐르던 용암이 퇴적, 굳어서 쪼개진 지역으로 농·임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지역을 일컫는 제주말이었던 ‘곶자왈’은 이제 제주 환경 보전 의지를 상징하는 말이 되고 있다.

 곶자왈공유화재단이 출범하고 대대적인 보존·관리 운동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지금의 성적표는 사뭇 초라하다.

 ‘제주특별자치도’를 배경으로 특수법인화를 시도, 제주형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에 불을 당기겠다던 당초 취지는 시나브로 사라지고 자연환경국민신탁 제주사무소 개설을 검토하라는 환경부의 입장만 확인한 상태다.

 제민일보는 곶자왈 보존에 대한 당위성과 함께 진화형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둘러보고 지역 현실에 맞춘 긍정적인 대안을 모색해본다.

# ‘제주형’이 필요한 이유

   
 
  ▲ 송당 곶자왈  
 
어떤 형태이건 곶자왈을 보전하고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관리하겠다는 목적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주 곶자왈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온전한 보전이 보장되지 않는 ‘국민신탁법’에 의존하는 것도, 곶자왈 전부를 사들여 공유화한다는 것도 현실적인 답이 되기 어렵다.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110여 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제각기 그 나라의 역사와 특수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 사정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지닌 조직의 형태를 띠고 발전하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영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개하는 방식으로 주민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다. 가깝게는 일본의 도쿄도 사이타마현 ‘토토로의 고향 기금위원회’가 추진한 ‘토토로의 숲 매입운동’과 지난 1999년에 ‘오정골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의 대전 오정골 외국인선교사촌 매입,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최순우 옛집’ 매입, 동강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최근 적잖은 성과를 공개한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의 무등산 지키기 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반대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있는 형태를 들 수 있다. 세계에서도 몇 안되는 사례 중에 일본 홋카이도의 원시림 보존․복원을 지향하는 ‘시레토코 국립공원내 100㎡ 운동’이 있다. 이들 노력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로까지 이어지는 등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이 협력하여 추진하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다. 최근 들어 일본의 여러 지역에서 전개되는 방식으로 자치단체와 주민에 의해 조직된 재단법인이 그 기금을 사용하여 매입운동을 전개하는 것을 기본적인 특징으로 하고 있다.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역사가 20년이 넘는 일본에서 진화가 일어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 안되면 되게 하라

   
 
  ▲ 곶자왈 탐방중인 '곶자왈탐험대'  
 
진화의 가장 큰 요인은 지가 상승을 들 수 있다. 전쟁 이후 개발에 공을 들인데다 거품 경제 등 여러 차례의 경제 위기를 넘기면서 ‘환경 보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막상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부터는 ‘돈’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그렇게 국가 또는 자치단체, 지역 주민들의 의지만으로는 넘기 힘든 산을 정복하기 위한 대안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 내셔널 트러스트운동 특색 중의 하나는 토지소유자와 녹지보존계약을 맺는 형태에서 찾을 수 있다. 가나가와현은 가나가와 미도리재단을 통해 녹지 소유자와 원칙적으로 10년간의 임대차계약을 맺는 것으로 녹지를 보존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형태는 사이타마현과 오사카시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산실인 영국에서도 이미 1937년의 'The National Trust Act'에 의해 보존서약(Covenant)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지가 급등 등의 이유로 토지매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토지소유자와 계약을 체결하여 유지 및 관리비를 지불하는 대신 일정기간 토지의 환경을 지킴과 아울러 일반인들이 이용하게 하는 이런 형태는 ‘로컬 트러스트 운동’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형태가 어찌 됐든 제한된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보존 의지를 현실화하고 관리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또 운동을 주도하는 쪽과 일반 시민들과의 트러스트 운동에 대한 인식차가 있고 자치단체의 의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지역성에 근거한 지역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풀뿌리운동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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