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녹색 미래] <5>제주형 내셔널 트러스트
특수법인화 대신 자연환경국민신탁 산하 제주사무소 방향 전환
곶자왈에 대한 관심 퇴색·기금 조성 실적 저조 등 문제점만 부각
‘보존’에 대한 지자체 의지·지역주민 주축 공감대 확산이 관건
이들이 ‘토지 임대’라는 방식을 통해 녹지 확보를 나선 것이나 자치단체와 내셔널 트러스트 기구(단체)의 역할 분담으로 보존과 공개 등 효과적인 관리를 한다는 점은 전형적인 내셔널 트러스트와는 사뭇 다른 형태다. 하지만 개발 압력에 노출된 자연 자원을 보존하고 관리한다는 취지는 하나다. 곶자왈 보존을 위한 다양한 논의와 달리 아직 그 방법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지역 현실에 맞춘 ‘변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제도개선·특수법인화 풀리지 않는 숙제
올 초 제주특별자치도와 곶자왈공유화재단은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4단계 제도 개선을 통해 제주형 내셔널 트러스트의 모델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4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재단의 특수법인화 및 지원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권한을 일괄 이양 받는 등 지역 특성에 맞춘 ‘제주형 내셔널 트러스트’를 구축한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난 11월 특수법인의 법률적 지위를 줄 수 없으며 현재 정부의 자연환경국민신탁 산하의 제주사무소 개설 방안을 검토하라는 환경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명칭과 구성, 운영, 자산관리, 회계 등에 대한 독립성 확보’라는 전제 조건과 ‘형식적’이란 표현까지 사용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곶자왈공유화재단의 표류는 모금법과 조세감면 근거 부족 등으로 기금 조성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게 된데서 시작됐다. 또 처음 곶자왈공유화 운동을 시작했을 때만큼 도민들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기금 모금 실적 저조와 홍보 부족 등 문제점이 꼬리를 물었다.
이런 문제들은 그러나 처음 곶자왈공유화재단이 출범했을 때부터 지적돼온 부분이다. 보존 외에도 개발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자치단체가 중심에 있는데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정책 의지를 실현시키는데 행·재정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나가와현처럼 ‘여유가 있을 때’ 뭉칫돈을 투입, 기금을 조성하는 형태가 아니라 매년 얼마씩의 기금을 조성해 여윳돈을 만든다는 계획은 개발 논리와 이에 따른 지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곶자왈공유화 사업에 대한 토지주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개인이나 법인, 공공기관 가릴 것 없이 팽배, 곶자왈 매입사업 착수와 추진에 걸림돌이 돼왔다.
# ‘제주형’에 주목해야
자연환경국민신탁 산하의 제주사무소로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특수법인화가 쉽지 않은 상황을 감안, 국민신탁법에 따라 곶자왈을 지키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개발’에 대한 제한장치가 한정적인 국민신탁법만으로는 곶자왈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딘 걸음을 하고 있는 곶자왈 매입 사업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한평 사기 운동’보다 ‘한평 기부 운동’이 먼저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실제 현재 제주 곶자왈 총 면적 109.9㎢ 중 사유지는 65.9㎢로 전체 면적의 60%이며, 나머지 40%는 국·공유지다. 이들 국·공유지가 착한 기부 또는 착한 알박기로 보존 사업에 활용될 때 사유 곶자왈을 매입 또는 기부 받는 일이 보다 원활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내셔널 트러스트와 로컬 트러스트에 대한 애매한 경계 역시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제주만의 특수성을 감안, 로컬 트러스트(제주형 내셔널 트러스트)로 보존 및 관리, 공개 사업을 추진하고 일정 수준 자리를 잡은 후 내셔널 트러스트 형태로 추진해야한다는 도내 환경단체들의 의견은 아직도 유효하다.
곶자왈을 지켜야한다는 대명제가 분명한 만큼 방법은 찾으면 된다. 그 방법이 하나일 수는 없다.
가나가와현이나 세타가야구 모두 조세 감면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확보한 녹지의 소유주를 자치단체에 뒀다. 이는 자치단체가 ‘해당 녹지를 개발이 아닌 보존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곶자왈 보존은 특정한 누구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도 거듭 강조해야한다.
세계적인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예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 중심에 지역주민을 주축으로 한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이토우 마사히로 (재)가나가와트러스트 미도리 재단 사무국장은 “(가나가와현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경우 자치단체의 의지에 비해 민간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며 “녹지 보존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스스로 참여하게 될 때 그 효과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오시하루 아하노우미 마을만들기센터 마을만들기 과장도 “자치단체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녹지 보존 정책을 추진했다면 토지주 등의 반발로 원활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생활 공간 주변을 직접 관리하고 공개하는 작업에 동참하면서 녹색 인식이 확산되는 등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