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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다’ 평범한 진리의 씨앗을 심다제민일보·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공기획 희망나무
고 미 기자
입력 2009-12-30 (수) 13:37:48 | 승인 2009-12-30 (수) 13:37:48

   
 
   
 
백 마디 위로의 말보다 따뜻한 것이 진실한 마음
그냥 보고 듣는 속에서 찾는 ‘온기의 힘’ 확인
나눔의 투명한 배분과 성과…또다른 나눔 유도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온 허름한 차림의 어머니가 말없이 뭔가를 내밀었다. 언뜻 70살은 되어 보이는 어머니의 손에 들린 꾸러미가 제법 묵직하다. 내용을 살피는 직원들 뒤로 어머니는 연신 멋쩍은 표정으로 손만 내저으셨다. 제주에 정착한지 이제 40년이 됐다는 어머니의 손톱 끝이며 손가락 마디 마디에는 제주 특유의 검은 흙이 봉숭아꽃물처럼 배겨있었다.

그렇게 오랜 동안 모아두셨을 현금과 패물은 1억원이 훨씬 넘었다. 어째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묻는 사람들에게 어머니는 그저 “그냥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려는 것”이라며 “내가 누군지 아무도 알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만을 남겼다.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진다.

지난해 11월말, 바로 이 곳 제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 세상을 바꾸는 씨앗 하나

한 아이의 손에 씨앗 하나가 들렸다. 씨앗이 궁금한 아이는 연신 “이게 뭐예요?” 묻는다. 누군가 대답 대신 작은 화분 하나를 건넨다. 아이는 직접 씨앗을 심고 키워보기로 했다.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고, 잊을 만하면 한번쯤 비료도 줬다. 싹을 틔우고 언제 크나 싶었던 것도 잠시, 언제부턴가 아이의 키보다 훌쩍 자란 나무에는 작은 열매가 열렸다. 열매는 다시 씨앗을 남겼다. 무슨 씨앗인지 확인하고 난 뒤 아이는 주변에 씨앗 키우는 재미를 이야기하느라 바빠졌다. 그렇게 키우고 나누는 재미가 번지면서 어느새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 됐다.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얘기가 귀에 와 닿는다. ‘기부와 나눔은 돌고 돈다’는 평범한 진리가 실린 때문이다.

올 한해 신문 지면에서 ‘경제난’은 단골손님처럼 등장했다. 그만큼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 사랑이니 나눔이니 하는 추상적인 말에 들릴 리 만무하다. 지난해 말 대대적인 나눔 캠페인에 들어간 제주특별자치도공동모금회는 예년에 비해 호젓한 느낌까지 든다.

자신이 가진 일부를 다른 이에게 베푸는 ‘나눔’은 아주 개인적이면서도 뜻 깊은 행동이다. 넓은 의미로는 사회의 문제를 전체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며 사회 발전과 행복을 위해 힘을 모으는 ‘사회적 자산 쌓기’로 풀이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온기의 힘으로

나눔이 특별한 일이 아닐 만큼 우리 주변에는 도움이 절실한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나 지난해 갑자기 어려운 형편에 내몰린 사람들이 많아졌고, 또 계속해 늘어날 거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정말 힘들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지만 백 마디 위로의 말보다 더 따뜻한 것이 어깨를 꾸욱 쥐어주는 손길이다. 백 마디 찬사보다 손을 꼭 잡은 신뢰가 더 진실하고, 천 마디 고백보다 사랑을 담은 시선이 훨씬 진실하다. 그것이 바로 온기의 힘이다.

말이 아닌 손, 손이 아닌 가슴, 진정어린 관심과 사랑보다 더 따뜻한 것은 없다. 지금이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은 그냥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일들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나눔을 가능케 하는 것은 마음이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큼 큰 무언가를 나눠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나누는 것도, 잠시 쓰지 않고 보관해둔 물건을 빌려주는 것도 모두 나눔이다.

 

# 기획을 시작하며

지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설레어야 할 즈음이지만 뚝 떨어진 수은주만큼이나 가슴이 시리다. 소리없이 얇아진 월급 봉투며 이가 빠진듯 구멍이 난 사무실 빈자리며 몸을 겨우 누일만한 한 평 공간을 덮힐 돈이 아쉬워 꽁꽁 옷가지를 껴입고 하루를 버티는 상황은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 않는다.

마음을 전하는 일도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말을 꺼내기도 또 주워담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사람 사는 일이 어느 한 방향,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까.

아직 더불어 온기를 나누는 일이 남아있고 손을 내미는 용기가 남아있기에 우리의 터벅 걸음은 언제나 희망이다.

나눔을 실청하는 사람들과 배분 사업 현장, 가장 가까이서 복지 현장을 지키는 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하고 또 필요한 일이다.

기부를 통해 작은 사랑을 나누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작지만 모아져 커진 정성이 투명하고 따뜻하게 쓰여 지는 현장을 찾아가는 작업은 진심을 담기에 더 소중하다.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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