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정 주지유진침직유한공사 대표
제주 발전 부진, "밖에서 기다리는 시대는 지나"
어렸을 때부터 무역의 꿈 키워 2001년 중국 진출
'하면된다'는 열정과 끈기로 중국사회서 인정 받아

전 세계 잡화의 30%를 공급하는 만물상, 한국 남대문 시장 물건의 80%는 이 곳에서 나온다. 중국 이우.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면 이우는 '세계의 시장'이다. 중국 남방의 작은 도시 이우는 시내가 온통 시장이다. 상주 인구 68만명 중 3분의 1이 상인이다. 100여개국 1만여명의 세계 상인이 활보하는 이우에 제주인이 있다. 고희정 주지유진침직유한공사 대표(59·이우한인회장)다.


   
 
  ▲ 고희정 주지유진침직유한공사 대표(59)는 제주시 출신으로 1969년 제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원림산업㈜ 물자관리과, 일본정공㈜ 서울지점에 근무했으며 2001년 주지유진침직유한공사를 설립했다. 2009년에는 제주삼다수 절강성총대리점 유진무역을 설립했다. 상해화동지역한인연합회 고문, 절강성이우한인회 회장, 상해화동지역제주도민회회장 등을 맡고 있다.  
 
#무역하는 게 꿈, 기회의 땅 중국으로
고희정 대표는 무역도시 이우에서 양말공장(주지유진침직유한공사)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성공한 기업가'가 아니라며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나 한 집 건너 한 집이 상가, 시장규모만 약 260만㎡, 시 전역 점포만 5만8000개가 있는 곳인 이우 시장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활발한 무역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성장세를 동포사회와 중국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고 대표는 어렸을적부터 무역하는 게 꿈이었다. 그는 제주시 출신으로 1969년 제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올라갔다. 군 제대후 서울 원림산업㈜ 물자관리과에 근무하면서 꿈을 키웠다. 6년후에는 자동자부품 세계2위 업체인 일본정공㈜ 서울지점에 입사했다. 입사 에피소드도 눈길을 끈다.
그는 면접관이 일본어 한마디 할 줄 모르면서 왜 회사에 입사하려 하느냐고 묻자 "36년 인생동안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갖고 살아왔다. 일본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일본에 대해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당돌한 그의 말이 면접관들의 마음을 샀고, 세계 진출의 꿈이 한발짝 앞당겨졌다.
그후 그는 10여년의 회사생활을 접고,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어 역시 할 줄 모르면서 말이다.
중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당시 중국은 1970년대 한국 경제상황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열정과 끈기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고 대표는 현지 시장조사후 2001년 양말공장인 주지유진침직유한공사를 설립했다.

   
 
  ▲ 고 대표의 공장내 양말 포장 현장  
 
#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정신으로 성공
하지만 어려움은 예고돼 있었다. 말 설고, 사람 설은 곳에서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언어와 습관이 다른 곳에서 사업을 하려니 어려움이 많았다. 필름을 거꾸로 돌려 1970년대 우리나라를 생각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정신으로 일을 했다"
고 대표는 무조건 부딪혔다. '하면된다'는 정신으로.
이우 진출 초기 그의 회사가 양말 주문을 대량으로 받았을 때의 일이다. 주변 공장들을 뒤져 하청을 줬지만 그래도 물량이 남아돌았다. 그때 한국의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작업을 해 출소 후 생활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그는 이우 남쪽의 진화시에 있는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시내에서 교도소장을 만나 협상을 한 끝에 수감자들의 도움으로 부족분 100만 켤레를 채웠다.
또 한번은 캐나다에 수출하는 양말 상표에 불어 표기가 잘못됐다. 컨테이너 7개 분량으로 105만 켤레였다. 에이전트도 바이어도 납기일에 맞추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직원들과 일주일동안 밤샘 작업을 했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하지만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집념은 주변사람들에게 정평이 나게 됐다.
그래서 그의 사무실 한 켠에는 '하면된다'라는 사훈이 영어와 한글로 붙어있다.
"사훈을 '하면된다-신속하게, 정확하게, 성실하게'로 정해서 모든직원들에게 주지시키고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해 2배의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고 대표는 미국, 유럽, 남미 등 세계 곳곳에 물건을 수출하고 있다. 제품개발에도 주력, 단일 품목에서 품목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 '관광 제주' 얼마나 발전했는지 생각해봐야
중국 그리고 세계인 속에 서 있는 그에게 제주에 대해 물었다.
고 대표는 "제주를 떠난지 40년째다. 제주는 파란하늘, 푸른바다, 맑은 공기 속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곳으로 기억에 남아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주어진 아름다움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제주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관광쪽은 어느정도 가시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외의 분야에선 딱히 발전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적은 것 같다. 전도민이 기업인이 되어서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
그는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관광 또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고 대표는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면서 즐길 수 있어야 소비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낮에는 관광을 다닌다. 보러 다니는 것이다. 이때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입장료 수입뿐이다. 지금 제주는 이것 외에는 소비할 수 있는 게 없다"
고 대표는 "관광 갔다온 사람들의 대부분이 돈을 갖고 왔는데 쓸 데가 없었다고 한다"며 '관광제주'를 내세우는 제주가 과연 얼마나 발전했는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 "밖으로 눈을 돌려라"
세계 시장 진출을 앞두는 후배 기업인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제 안에서 바이어를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며 " 밖으로 많이 뛰어다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 대표가 활동하고 있는 중국 이우만 해도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이점때문에 세계 각국의 물건과, 바이어가 몰리고 있는 등 눈을 밖으로 돌리면 성공의 기회는 많다는 것이다.
"세계 공통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45억이다. 중국의 인구는 13억이다. 이는 향후 세계 경제구도를 좌우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 전역에 내로라하는 부자가 무려 1억명이며 고소비를 하는 특성때문에 중국은 잠재적 가치가 무한하다는 것이 고 대표의 생각이다.
고 대표는 기업들 뿐만 아니라 제주사회 역시 가까운 나라 중국의 발전 속도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인재 육성 계획에 대해 묻자, 고 대표는 '아쉬운 점'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우한인회장으로 경희대와 창원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중국시장의 변화상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해 왔다"며 "제주도내 학생들과도 이런 교류가 이뤄지면 좋을텐데 여건상 성사가 잘 안됐다. 제주인재와 기업간에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제주도민들도 조금 더 넓게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이제 제주는 우리만의 제주가 아니고 세계속의 제주가 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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