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홍 재일본제주특별자치도민협회장·서향회관 대표이사
재일교포 2세, 아버지 가업 이어… '제주인' 자부심
관동도민협회장, 재일제주인·제주인 하나로 이어와
"아름다운 제주환경 보존·관광마인드 변
1961년 동경을 중심으로 관동지방에 거주하는 제주인들이 '하나' 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지금의 재일본관동제주특별자치도민협회가 꾸려졌다. 제주를 떠나 일본에 터를 잡은 제주인들은 50여년 동안 '고향 제주'를 가슴에 품어왔다. 재일교포 2세인 고상홍 재일본관동제주특별자치도민협회장(55·서향회관 대표이사)은 재일교포 제주인들을 하나로 잇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고상홍 회장은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후에는 일본에 돌아와 유명 광고회사에 입사, 자신만의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꼬리표를 갖고도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그이지만 아버지가 일궈온 일들을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현재 서향회관(西??館) 대표이사로서 부동산임대업을 하고 있다.
고 회장에게는 '제주인'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 아버지에게서 늘 '제주인'임을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제주시 영평동 출신이다.
"아버지는 16살 때 제주를 떠나 오사카에 왔습니다. 그 때부터 고생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죠. 아버지는 항상 우리는 한국인(제주인)임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고 회장의 아버지는 관동도민협회 6대 회장을 지내는 등 제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녔다. 때문에 그 역시 30대부터 관동도민협회 청년부장으로 활동했고, 2009년 3월 임기 2년 회장에 선출됐다.
그는 고향 제주에 대한 인식이 점차 흐릿해져가는 3~4대들, 세상을 떠나고 있는 1세대들에게 '제주'를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향방문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까지만해도 30~40년 동안 고향을 떠난 어르신들에게(1세대) 제주를 보여드렸습니다. 2009년부터는 3~4대들을 위한 고향 방문 사업을 진행중입니다"
# 고향 제주를 위해 헌신
2010년은 관동도민협회가 만들어진지 50년이 되는 해다. 1961년 당시 3만여명의 재일교포들은 제주의 향토개발에 바탕이 될 산업, 경제 교육 문화 관광의 발전과 부흥의 일익을 담당하는 재일본제주개발협회를 발족했다. 재일본제주개발협회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향토개발을 중점적으로 실시했다. 산업발전 정책을 펼치고 있던 한국의 상황과 발맞춰 제주의 개발을 진행했다.
이후 재일본제주개발협회는 20~30여년간 도민의 생활도 크게 향상돼 설립 당시의 목적은 달성된 것으로 판단, 발전 방향을 전환한다. 조직변화를 위해 1992년 협회명을 재일본제주도민협회로 바꿨다.
고 회장은 "관동도민협회는 1961년 창립이래 1983년까지 16회의 벌초 향토방문사업을 실시했으며 특히 제주개발기금을 내거나 수도시설, 농기구, 복사기등 당시 제주에 필요한 물품들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제주를 먹여 살린 '감귤'이 있기까지 관동도민협회는 1966년부터 1970년까지 200여만 그루의 감귤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감귤 산업지원을 위한 도민협회사업은 1975년 33만3800그루 기증을 끝으로 사업이 완료됐다.
이 외에도 관동도민협회는 기술 연수생 초청, 인재육성사업 추진, 고향문화 사업 등에도 발 벗고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고향 제주를 위해 애써온만큼 섭섭함도 적잖다.
1960년~1970년대 당시 제주를 위해 자신들의 많은 것을 내놨지만 현재 제주인들에게 재일교포들은 '밖'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고 회장은 "재일교포들은 형편이 넉넉지 않음에도 고향에 길을 넓히고, 전기를 놓고 수도를 놓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산업에도 그들의 지원이 컸다"며 "그러나 제주는 그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 때때로 찾은 손님으로, 손을 내밀어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제주인들이 먼저 변해야…교류 물꼬 학대 바람
고 회장은 제주인들에게 바라는 게 없다. 단지 고향 제주가 발전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선 제주인들이 변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제주사람들이 자부심이 강해서 조언을 한다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제주를 아름답게,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제주사람들의 변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그는 제주는 아름다운 환경이 자원임에도 제주사람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생각하는 게 제주는 공기도 좋고 참 아름다운 곳인데 왜 그렇게 자동차가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동차를 타고 나닙니다. 자전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청정 제주를 보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합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고 회장은 '관광 마인드' 또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관광도 장사의 하나이나,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한번 온 관광객들이 두 번, 세 번 오도록 하는게 여행사 종사자들, 제주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고 회장은 재일제주인과 제주인간의 교류 물꼬를 더욱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말을 배워 줄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한국말을 모르고, 일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귀화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후손들이 제주와 끈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제주인들도 힘을 보탰으면 좋겠습니다"
이어 그는 "도민협회는 제주도와의 유대관계를 돈돈히 유지하며 일본 속 제주의 혼을 심으며 제주인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며 "재일제주인과 교류를 통한 형식적 아닌 민간차원의 다양한 형태의 교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경희 기자 ari123@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