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동화작가)

제주 곳곳을 하얀 편설(片雪)로 덮으며 다사다난했던 기축년 한해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며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경인년 아침이 밝은지도 벌써 5일이나 지났다.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아침이면 나는 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올 한 해 나로 인해서 마음 다치는 사람 없게 하시고, 올 한 해 타인으로 인해 제 마음 다치는 일 없게 하시고, 겸손한 마음으로 만인을 대할 수 있는 마음의 귀품을 품게 하여주시옵소서!'

늘, 새로운 인연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인연이 선연이길 기원하는 마음에서다.

올해 2010년은 60년 만에 찾아온 백호랑이 해라고 한다. 몇 년 전인가 황금돼지해라고 했던 그 때만큼이나 좋은 해라고해서 벌써부터 백호랑이 해 베이비붐이 일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출산율이 세계에서 제일 낮다는 우리나라로서는 반가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작년 어떤 통계에서 그 전 해에 단 한명의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지역이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정말 얼마나 낮은지 알만한 대목이다.

새 생명이 탄생한다는 것은 기쁨이고 축복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마을은 길한 기운이 돈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도 있는 것을 보면 백호랑이 해에 우리나라에 새로이 베이비붐이 일어난다면 분명히 국운도 좋아질 것 같아서 덩달아 마음이 부자가 된 듯이 푸근해진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해가 아니더라도 결혼한 가임기여성이 마음 편히 2세 계획을 세우고, 귀엽고 소중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는 행정이 곳곳에서 펼쳐졌으면 참 좋겠다.

2010년 경인년 좋은 기운을 품은 해라고 하니, 우리 모두 마음자락에 맺혀 있던 앙금들일랑 훌훌 털어내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악연도 선연으로 맺어지는 진정한 소통의 한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