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 MICE를 잡아라> 4. 제주 브랜드화 먼저

세계 컨벤션 도시 탄탄한 입지 구축…인천 추격 위협적
적절한 포지션닝 통해 인지도 높이고, 상품구성력 승부해야

문제는 마이스(MICE) 산업을 통해 ‘관광의 틀’을 바꾸겠다는 꿈을 꾸는 것이 제주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컨벤션 시설을 갖추고 있는 도시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경쟁 우위에 있음을 강조하는 등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경제 특구를 앞세운 인천의 추격은 속도감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 인천은 송도컨벤시아를 중심으로 마이스산업 메카를 지향하고 있다.
마이스 산업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한 해외에서는 이미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도시들이 많다.

관광지로만 알려진 오스트리아 빈은 이미 유럽 내에서 컨벤션 개최 1위 도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인구는 160만 명에 불과하지만 마이스 산업을 통해 2006년 한 해 동안 빈이 기록한 GDP는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한해 2만건이 넘는 각종 회의·전시회를 개최하고 컨벤션 참석을 목적으로 600만명 이상이 방문해 10조원 이상을 쓰고 가는 컨벤션시티로 부상했다.

아시아 국가들도 마이스 산업을 주요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 2007년 국제협회연합(UIA) 기준 465건의 국제회의를 유치하면서 세계도시중 최고 성적을 거둔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2015년까지 마이스 산업을 통한 수익을 약10조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역시 아시아태평양 지역 마이스 산업의 중심에서 매년 300개 이상의 국제대회와 박람회를 유치하고 있으며 상하이는 금융·무역 중심지라는 도시 이미지를 마이스 산업에 접목하기로 하고, 폴크스바겐이나 GM 등 글로벌 기업의 상하이 현지 공장 방문을 기업회의, 컨벤션, 전시회와 연계해 제공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 브랜드화로 유리한 위치 선점해야

▲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2009 한국MICE네트워크샵.
이들 도시와 견줄 때 제주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를 무리 없이 치러낸 경험치는 제주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강점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 관광도시로 특급호텔이나 관광시설 등 기본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등재 등 환경적 요인 역시 뛰어나다.

인센티브 투어나 리조트형 컨벤션에 대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것과 달리 아직까지 잠재 및 유망 시장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대표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직항 노선 부족 등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숙제로 남아있다.

인천의 도약 역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지난해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린 ‘2009 한국 마이스 산업전’을 계기로 마이스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비행거리 3.5시간 내에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 51개가 분포하고 있으며, 41개국 133개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인천국제공항과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등 접근성면에서 다른 경쟁도시를 앞지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이들 장점을 바탕으로 지난해 세계환경포럼, 세계도시물포럼 등 국제행사를 포함 총 28건의 컨퍼런스를 소화해낸 송도 컨벤시아를 주축으로 MICE산업 육성하기 위해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올해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영종·청라지구에 대한 외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영종도 무비자 적용 등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이른바 ‘근육 키우기’에 들어갔다.

양경호 제주관광공사 마이스산업추진단장은 “국내에서 컨벤션도시로 인증 받은 8개 도시 외에도 인천의 도약이 가장 눈에 띄고 또 위협적이다”며 “왜 제주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상품 구성으로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양 단장은 또 “제주만을 고집하기보다는 경쟁도시들과의 충분한 정보교류로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잘 만들어진 상품 시장 내놔야"

문경호 제주관광공사 기획조정실장

 

▲ 문경호 제주관광공사 기획조정실장
오는 4월 30일이면 제주가 ‘관광의 꽃’이라 불리는 마이스 산업을 신성장선도산업으로 추진한지 꼭 1년이 된다.

그동안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 광역경제권 MICE산업 지원단을 주축으로 제주관광공사·제주컨벤션뷰로·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등 주관기관 3곳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 핵심 참여기관이 역할 분담을 통해 액션 플랜 실현에 나섰다.

전담인력 확보와 다양한 용역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제주 마이스 소식지 제작이나 마이스 위크(MICE WEEK) 등 그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마이스 산업은 기대감만큼 구체화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문경호 제주관광공사 기획조정실장은 “아직까지 마이스 산업과 관련한 시장조사나 통계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적절한 포지셔닝 전략을 통해 경쟁국이나 경쟁도시에 비해 뒤처지는 인지도를 높이고 인센티브 투어 등 제주만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정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문 실장은 “제주 내부적으로는 인센티브 투어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지역 파급효과에 대한 인지도 확산이, 또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제주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집약해 브랜드화 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며 “당장 성과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잘 만들어지고 포장된 상품을 시장에 내놓고 제대로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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