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잠녀를 만나다> <152>무형유산 편집위원 탐방
‘관심’ 단순한 특별함에서 문화·역사적 가치 재평가로
살아있는 무형유산…지속가능한 보존 장치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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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안으로부터의 잠녀 가치 재정립이 이뤄질 때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 ||
그리고 20년이 더 지난 지금 세계의 ‘잠녀’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가 시나브로 잊고 있는 가운데 잠녀 물질 공연을 일부러 찾는가 하면 세계의 특별한 볼거리를 찾는 방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지난 8~9일 제주를 찾은 세계 무형유산 전문가들은 특별한 이상으로 제주잠녀를 지키고 보전해야하는 이유를 확인시켜줬다.
△‘독특한’잠녀문화를 찾아
제주 역사탐방에 나선 「무형유산」 편집위원들의 면모는 대단하다. 세계가 공유하는 국립민속박물관 간행 국제 저널 편집위원들답게 출신 국가의 유네스코 위원회를 대표하거나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를 이끄는 핵심 멤버들로 구성됐다.
앨리산드라 커밍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회장을 비롯 일본 코이치 이가라시 ICOM일본위원회 부위원장·장바이 중국 박물관학회 이사장·배기동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전택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국장·임돈희 중앙문화재위원회 무형분과 위원장 등 제주 잠녀의 가치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단 한번도 잠녀를 본 적이 없다”는 이들이지만 독창성만은 익히 알고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양수미 학예연구사는 “매년 간행물에 대한 자문회의를 진행한 뒤 역사탐방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은 독창적인 유·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제주를 낙점했다”며 “잠녀문화가 독특하다는데 관심이 많아 실제 물질 작업하는 것까지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고 말했다.
그런 관심은 탐방 기간 여기저기서 확인됐다. 편집위원들은 각각의 관점에서 잠녀의 역사와 생활양식, 해외까지 이어진 바깥물질에 대한 질문도 아끼지 않았다. 제주해녀박물관의 면모에 감탄하면서도 전시물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세계적인 유산인 만큼 제주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눈높이에 맞추라는 당부다.
편집위원들은 또 칠머리당영등굿이나 해녀 노래 공연 등에도 직접 참여하며 잠녀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냈다.
최종호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는 "현재 박물관도 훌륭하지만 앞으로 유네스코 무형문화 등재 작업등을 감안할 때 보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디테일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최신 기술 등을 접목해 세계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속의 ‘잠녀 문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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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역사탐방에 참가한 편집위원들이 칠머리당 영등굿 시연을 보고 있다. | ||
제주잠녀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더없는 호재다.
지금까지 제주잠녀에 대한 관심은 제주 잠녀의 삶과 물질·노래 공연 등 당장 보여 지는 것에 맞춰졌었다.
현재 서울아트시네마와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진행되고 있는 ‘레즈비언 시네마의 거장 바바라 해머 회고전’중에도 잠녀가 있다.
촬영 당시는 물론 제주에서의 상영 등으로 관심을 끌었던 ‘제주도 해녀(Diving Women of Jeju-do·25분)’는 바바라 해머 감독이 ‘잠녀’라는 여성만의 전통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국의 땅 끝 섬에서 1주일간 생활하며 몸으로 체험한 잠녀들의 삶을 담은 25분짜리 다큐멘터리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제주 잠녀’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로 목숨을 걸고 바다에 뛰어들었던 강인한 여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 문화와 사회상을 반영한 살아있는 증거라는 점이다.
바바라 해머 감독이 다큐 작업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해녀들의 연대감은 분명 여성학적인 연구대상이며 한국 정부가 세계적으로 귀한 해녀 문화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데 이어 이번 제주를 찾은 편집위원들 역시 같은 의견을 남겼다.
‘세계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보호해야 할 독창적 여성 문화’. 특히 여성 중심의 무형문화유산으로 현재 진행형인 경우는 제주 잠녀가 유일하다.
아마레스워 갈라 제3기 편집위원장(호주 퀸즐랜드대학 교수)은 “잠녀 문화는 존속되고 있고 또 보호해야할 무형유산으로 가치가 있다”며 “작업과 노래, 춤 등 일련의 것들이 총체적으로 연결되는 등 지속가능하도록 보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중심 무형유산 독창성 충분, 잠녀 스스로 등재 작업 진행해야”
아마레스워 갈라(호주 퀸즐랜드대 교수, 「무형유산」3기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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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레스워 갈라(호주 퀸즐랜드대 교수, 「무형유산」3기 편집위원장) | ||
내년 간행될 「무형유산」에 제주 잠녀를 주제로 한 특별 논문을 게재할 역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난 2008년 제주잠녀에 대한 논문을 보고 난 뒤 이어졌던 호기심을 풀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2008년 한국인류문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을 통해 제주 잠녀를 알게 된 아마레스워 교수는 2009년 이란 아부다비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선정 작업 때 칠머리당영등굿을 통해 다시 잠녀를 만났다. 그리고
이번 역사탐방을 통해 제주잠녀의 생활을 직접 보고 느끼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잠녀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문에 해녀박물관과 물질 공연 등을 모두 살펴본 뒤에야 겨우 인터뷰가 성사됐다.
"세계 무형문화유산 중에는 남성 중심의 것이 유독 많은데 제주 잠녀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무형유산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특별하다"고 전제한 아마레스워 교수는 "제주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을 가지고 있는데다 무형유산이 함께하는 중요한 코스"라고 강조했다.
아마레스워 교수는 특히 "제주 잠녀의 삶과 생활 자체도 굉장히 독특하다"며 "그런 중요성을 인지, 잠녀들 스스로 자료화하고 기록해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문화재법상 문화재 등록조차 쉽지 않은 제주잠녀의 상황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아마레스워 교수는 "문화재청이 무형문화유산을 지정할 때 관 주도로, 일부 전문가들의 조사 연구 등에 근거하는 등 외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주 잠녀의 경우는 안에서 잠녀들 스스로 자료를 만들고 일상생활과 연결시킬 수 있는 조사 연구 자료를 제시해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롱베이의 지역 박물관 운동을 예로 든 아마레스워 교수는 "무형문화유산으로의 가치가 충분한 것은 지켜보는 사람들의 잣대일 뿐"이라며 "잠녀들이 원하는지, 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의 공감대 형성에서부터 함께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