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서구 작가 가운데 가장 고독하고, 가장 난해한 작가로 꼽히는 프란츠 카프카의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원제 Ein Bericht fur eine Afadmie)」를 연극으로 만든 「빨간 피이터의 고백」이 제주무대에 올려진다.

 예술기획 한백(대표 임득수)의 창단 기념으로 꾸려지는 이번 공연은 21일부터 23일까지 오후4시와 7시(21일은 오후7시 공연에 한함) 모두 다섯차례 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1인 모노드라마인 「빨간 피이터의 고백」은 1975년 개성파 연기자 추송웅에 의해 국내 초연,1000회라는 장기공연의 기록을 세운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번 무대에서는 고(故) 추송웅에 이어 10여년동안 ‘빨간 피이터’의 신화에 도전하고 있는 중견배우 권혁풍이 만들어낸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자유와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대사를 심각하지 않고 코믹하게 전달하면서 서커스단 원숭이가 할 수 있는 갖가지 묘기를 적절히 삽입시킨다.

극중 필요한 마술 훈련을 위해 한국매직협회장인 마술사 정은선씨가 매직연출을 맡았다.쉴새없이 객석을 향해 던지는 ‘질문’과 귀에 익은 영화·서커스 음악도 관객의 시선을 끈다.

 내용은 아프리카에서 잡혀온 원숭이가 인간으로 변신해 학술원에서 진술하는 것이 전부.하지만 인간으로 변한 원숭이는 현대인이 처한 우울한 상황과 인간의 잔인함,획일화, 폭력에 대한 무기력한 굴종 등을 독백에 담아 풀어낸다.

 ‘제자리에서,움직이지 않는 체하는 여행’(들뢰즈와 가타리)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변신’,자신의 유일한 탈출구를 만든 인간이 된 원숭이를 거꾸로 쫓아가보면 이 극이 주는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연출 이재환.기획 임득수.입장료 1만원.문의=726-7757.<고 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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