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매연 자율학교 독서강사

 아침에 걸어가서 눈 내리는 겨울바다를 보고 왔다. 일하는 곳인 이곳에서 30여 분만 걸어가면 나타나는 바다에 몸과 마음 푹 빠졌다 왔다. 바다는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나를 사랑해줬다.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넓은 가슴으로 품어주며 엄마 품인듯, 거대한 신의 모습인 듯 숭고하게 맞아주었다.

집에서 5분 걸어 나가 큰 도로변에 이르자 섶섬 주변만 은빛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난다. 눈 오는 어둔 하늘에, 섶섬 위 하늘에 구름 구멍이 뚫려서 만들어낸 오묘한 광경…. 눈이 부시다. 후광처럼 빛나는 바다에 떠있는 섶섬의 모습이 꼭 나를 대환영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더 내려가자 50여m 앞에 바다가 펼쳐진다. 가만 서서 바다를 보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떠오르는 사람들도 있고, 그 속에 있는 내 모습도 바닷물에 투영된다. 십여 분 정도 바다를 보며 많은 생각들을 해본다.
물레방아 있는 연못 주변에 빨간 열매가 말고람직허게 뭉텅이로 매달린 먼나무, 그 먼나무와 연못이 자연스럽게 하나 되어 만들어내는 조화. 연못에 비친 하늘의 모습, 그리고 그 연못으로 떨어지는 눈….

바다를 맘껏 보고 나니 사람들 모습들도 차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겨울 코스모스 밭이 또 나를 멈추게 한다. 겨울 해풍에 덜 자란 듯 낮은 키를 한 코스모스들. 코스모스 줄기는 겨울 해풍으로 물들어서 온통 분홍이다. 온갖 풍상을 겪고 나면 온 몸이 하나로 통일되나 보다. 사람들 모습도 그러할까? 이런 저런 삶을 겪고 나면 자연이든 사람이든 하나로 조화롭게 물들 수 있을까? 저 코스모스처럼 온 몸이 온 마음이 하나로 물들어있고 싶다. 물들이며 아름답게 피어있고 싶다.

올라오며 남편에게 전화걸어 자랑한다. 바다도 보고, 꽃도 보고, 눈도 맘껏 보고, 올라가는 중이라고. 남편은 “좋겠네”라며 조심해서 올라오란다. 엄마 위치를 확인하려고 전화를 한 딸에게도 ‘겨울바다’를 자랑한다. 딸아이는 "엄마가 매일 바다에 갈 것 같다"며 벌써부터 걱정이다.

당분간 쓰고 남을 만큼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이다. 가끔씩 자연 속에서 에너지가 충전되어야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연이 내게 주시는 귀한 에너지에 감전될 때는 한 순간 멈칫하고 멈춰 서기도 한다. 마음은 마냥 행복해지기도 한다. 무념무상의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대자연 앞에 작은 내 존재 모습이 보이고, 마음을 넓히고 오기도 한다. 바다 에너지를 받아서 행복한 겨울날이다. /김매연 자율학교 독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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