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 제주외고 논술강사

성경 전도서 1장 9절에 ‘해 아래 새 것이 없나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문장이 성경 구절이라는 것이 낯설지는 몰라도 이 말이 낯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 만큼 여기저기서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정말로 세상에는 새로운 것이 없는 듯도 하다. 역사를 비롯한 예술이며, 패션이며, 유행이며, 산업 등 많은 것들이 완전 새로운 것이라고 여기기엔 뭔가가 부족한 것 같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디선가 보았거나, 언젠가 경험했다거나,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결과적으로는 완전하게 새로운 것이 아닌데도 왜 우리는 새로운 것을 기대하고, 그 새로움에 행복해 할까?

 해마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고, 새로운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나는 3월이 한 해의 시작처럼 느껴진다. 3월이 되면 빵빵한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들처럼 힘이 솟고, 화사한 기운이 샘솟는다.

 ‘아! 올 해는 또 어떤 아이들을 만나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인연을 맺어갈까?’
 새로운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이 들어올까 궁금해 하며 쑤근덕거리는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히고, 나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 가득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안녕!”  “안녕하세요!”
 첫 인사를 나누며 한 눈에 아이들을 담아본다. 그리곤 출석부를 들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녀석들과 한 명 한 명 눈맞춤을 한다. 어색함을 버리고, 긴장감을 풀기 위해 동성동본인 듯한 아이에겐 고향을 묻기도 하고, 일부러 모교 출신 학생을 찾아보기도 하며, 이것저것 묻다보면 정말이지 제주도 좁다는 생각 많이 하게 된다. 또 정말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만남은 없는 것인가? 정말이지 누군가의 이론처럼 여섯 명만 거치면 모두가 아는 사이인 것처럼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그 아이와 나 사이에 생겨난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빼앗지는 못한다. 이래저래 엮여진 낡은 사이었다 해도 우리는 오늘 교실에서의 만남을 시작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3월이 되면 만끽하게 되는 이 설레는 마음, 부푼 기대, 그것들로 인한 행복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으랴! 그러나 이것들이 원천 에너지가 되어 몸이 아플 때에도, 마음이 힘들 때에도, 지루한 일상에 지쳐있을 때에도 나는 으랏차차 힘을 내어 아이들과 ‘룰루랄라’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3월의 기분 좋은 설렘과 기대감 가득한 두근거림이 그 아이들과 헤어지는 순간에는 나와 아이들의 마음 속에 편안하고, 따뜻한 익숙함으로 행복하게 자라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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