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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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실혼 관계에 대하여는 법률상 친족관계 및 상속권의 발생과 같은 법률혼에 특유한 효과를 제외하고는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가 주어진다.
예컨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 간에도 동거·부양·협조의 의무가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사실혼 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사람은 상대방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 또한 사실혼 관계가 해소되는 경우 그동안 쌍방이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이나 일방이 그 유지에 기여한 재산은 상대방에게 분할하여 줄 의무가 생긴다.
그러나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그 배우자와 혼인공동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제3자와 사실상 부부관계를 맺는 경우(이를 중혼적 사실혼 관계라고 한다)에는 그러한 관계에 대해서는 사실혼으로서의 보호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론의 적용 범위와 관련하여 최근에 눈길을 끄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기에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몽골 교포인 '갑'은 '을'과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을'이 집을 나가 행방불명되자 '정'과 동거하면서 사실상의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은 그가 소유하는 자동차에 관하여 '갑'을 배우자로 전제하여 부부운전자한정운전 특별약관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갑'이 그 자동차를 운행하던 중 교통사고를 일으켜서 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자 보험회사는 자동차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 기명피보험자의 배우자는 법률상의 배우자 또는 사실혼관계에 있는 배우자를 말한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갑'과 '정'은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갑'의 법률상 배우자인 '을'이 집을 나가 행방불명됨으로써 그들의 혼인은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렀고, '갑'과 '정'은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의 실체를 갖춘 사실혼관계에 있으므로, 그들의 사실혼관계가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사실혼관계에 있는 일방 당사자가 단순히 중혼적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실혼관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객관적·획일적인 보험약관의 해석원칙에 관한 법리에도 반한다고 할 것이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이는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따라 후발 사실혼 관계에 대한 보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낸 판례인데, 장차 유사 사례에 대한 판단의 귀추가 주목된다.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