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배우는 제주어]그슬린 돼지가 달아맨 돼지 타령한다
아버지 : 옛날 잔칫칩의서 무신 거 잡앙 먹어신디 알아지크냐?
(옛날 잔칫집에서 무엇을 잡아서 먹었는지 알아지겠느냐?)
아 들 : 도새기 아니꽈?
(돼지 아닙니까?)
아버지 : 잘 알암신게. 경 곡 도새기 잡젠 민 돗통에서 끄서내사 뒈주.
(잘 알고 있네. 그리고 돼지 잡으려고 하면 돼지우리에서 끄집어내 어야 되지.)
아 들 : 저디 봅서.
(저기 보십시오.)
아버지 : 도새기 낭에 아메어신게. 낭에 아메민 아멘 도새기주.
(돼지 나무에 달아매었다. 나무에 달아매면 달아맨 돼지지.)
아 들 : 저추룩 영 도새기 잡앙 잔칫날 먹는 거꽈?
(저처럼 하여 돼지 잡아서 잔칫날 먹는 것입니까?)
아버지 : 경 곡 죽은 도새기 우티 보릿낭이나 그신새 놩 불 부찌민 무신 도새긴지 알아지크냐?
(죽은 돼지 위에 보릿짚이나 묵은 띠를 놓아서 불을 붙이면 무슨 돼지인지 알아지겠느냐?)
아 들 : 기시린 도새기 아니꽈?
(그을린 돼지 아닙니까?)
아멘 도새기 : 느 신세나 알앙 나안티 라.
(너 신세나 알아서 나한테 말하라.)
기시린 도새기 : 알아시메 느도 느 신세나 알앙 나안티 라.
(알았으니 너도 너 신세나 알아서 나한테 말하라.)
기시린 도새기 : 느 신세나 알라이…….
(너 신세나 알라이…….)
아멘 도새기 : 알앗저.
(알았어.)
아버지 : 자기 신세 모르멍 는 말이주게.
(자신의 처지 모르면서 하는 말이지.)
아 들 : 자기 신세 알민 얼마나 좋고 양.
(자신의 신세를 알면 얼마나 좋을까 예.)
해설
제 큰 흉은 모르고 남의 작은 허물만 나무란다. 이 신세가 그 신세, 너나 내가 같이 ‘잘못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데도 사람들은 잘못된 것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흉만 본다는 의미를 돼지 도살 과정을 통해 의인화시키고 있다. 즉 자신의 험한 처지는 모른 채 남의 흠집을 들춰내어 비방하기 좋아하는 꼴불견을 빗댄 속담이다.
기시리다 : 그슬리다. 도새기 : 돼지.
아메다 : 달아매다. 낭 : 나무.
그신새 : 묵은 띠. 놩 : 놓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