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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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경위야 어찌됐든, 그것은 다시 한번 도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습니다. 어쩌다가 우리의 선거판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참담한 심정입니다. 정녕 우리는 과거의 굴절된 선거체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까.
후보자 검증을 잘해야 합니다. 그것밖에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공약뿐만 아니라 '인물 됨됨이'도 제대로 살펴야 합니다. 물론 '정책중심의 선거'를 위해서는 후보자 검증은 공약 중심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을 오로지 할 경우, 자칫 '인물 됨됨이'를 살필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의 덕목은 '솔직한 안목'입니다. 그래야만 우리의 염원과 열망을 도식화할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있는 현실에 규칙성을 부여할 수 있는 '용기와 정직성'도 그만큼 필요합니다. 저의 개인적 생각인지 모르지만, 공약이 좀 부실하더라도, 그만큼 심지가 굳어야 합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생명이 없는 언어의 유희'로 땜질하는 즉물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곤란합니다.
그것의 평가기준은 다양합니다. 저는 우선적으로 '지역의식의 깊이'를 듭니다. 지역의식은 역사적 환경 속에서 더불어 생활해오는 동안 저절로 형성된 공통적 사고방식입니다. 그것은 '제주사랑'의 다른 표현입니다. 지역문제를 수용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의 가능성'입니다. 그건 공약에 있지 않습니다.
후보자들의 '지역의식의 깊이'를 잘 살펴야 합니다. 그만큼 그것을 읽어내는 안목은 유별나야 합니다. 그러나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음 밑바탕에 감춰져 있기 때문에 그 형상이나 존재방식을 분별하는 것은 어쩌면 거의 불가능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래도 제민일보는 모든 기회와 경로를 통해 그것을 읽어내는 작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뚜렷한 지역의식 없이, 지역사회를 마치 '자기 자신의 태도와 선호체계를 가진 개인들이 만나는 장소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지역사회를 오직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경쟁의 무대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하여 지역사회의 물을 흐려놓는…. 그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제주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과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양(量)도 공약과 똑같은 비중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앞으로 제민일보의 후보자 검증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모르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그것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그건 공약점검에 비해 유치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물 됨됨이'가 형성되는데 있어 역사와 전통이 갖는 선험적 성격을 강조하는 것은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의 자기 형성은 역사적으로 이뤄집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역사와 삶 사이를 깊이 사유한 사람이라면, 지역주민을 '역사적 존재'로 파악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게 바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의 가능성'입니다.
제민일보의 후보자 검증을 기대합니다. 잘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