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홍·언론인

   
 
   
 
신문의 기사와 편집은 차분해야 합니다. 그만큼 냉정해야 합니다.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사안을 보도할 때일수록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그것이 바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길입니다. '선거보도'가 그 전형입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공격적인 논조와 편집'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난장판'일수록 그것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갈피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옳고 그름을 정확히 하려는 적극성, 그것이 바로 '참언론'입니다. 저는 제민일보 26일자 1면 '현명관 후보 한나라당 위장 탈당 논란'도 그런 관점으로 읽습니다.

그저 후보자가 전달한 보도자료를 기사화하는 수동적 자세로는 선거의 의미를 살릴 수 없습니다. 기사에 주관성이 개입되지 않았으니, 혹 객관적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입니다. 오히려 그것은 객관으로 위장한 비뚤어진 주관적 자세입니다. 객관성은 '아무 것도 아닌 관점'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떤 측면에서 대상을 보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선거보도가 공정하기 위해서는 균형적이어야 합니다. 출마자들이 당선을 놓고 한판 승부를 겨루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균형보도란 모든 당사자들의 입장에 대한 단순한 보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사의 양과 질에 있어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기계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출마자들이 당선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선거는 오로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전장구조'만이 아닙니다.

산술적 균형을 주로 하는 '전략 중심적 보도'에는 그래서 문제가 많습니다. 그것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선거과정을 개인의 승패와 관련된 문제로만 보게 만듭니다. 그것은 자칫 선거와 정치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를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선거는 민주적 대의제의 실현과정입니다. 그 실현과정을 왜곡하는 행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균형성을 해칠까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를 놓고 모두가 '정책선거의 실종'을 탓합니다. 저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선거의 의미를 망쳐놓고 있습니다. 참 '이상한 선거판'입니다. 그러나 '정책선거의 실종'은 '이슈화의 실패'입니다. 물론 그 책임은 후보자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건 '전략 중심적 보도'가 초래한 '기획의 빈곤'의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민일보 1면의 '2010 유권자 제주비전'은 돋보이는 기획입니다. 그것은 분명 선거의 주인공이면서도 선거과정에서 소외됐던 지역주민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바로 '지역주민의 의제'입니다. 그것을 선거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것, 그것도 제가 이야기 하는 '공격적인 보도'의 하나입니다. 그것 모두가 민주적 대의제의 실현과정입니다.

보도의 과정은 하나의 '흐름'입니다. 그만큼 마무리도 깔끔해야 합니다. 선거법상 특정인을 지지해서는 안 되지만, 마지막까지 옳고 그름을 정확히 해야 합니다. 그건 그동안 선거과정을 취재해온 기자들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강정홍·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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