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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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그들을 토론의 장(場)으로 불러들여야 합니다. 그리하여 능동적인 발언자로 유도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그것을 위한 조직과 동원의 역할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지역주민들의 공공참여와 토론의 폭을 넓히고, 그리하여 그들의 이해가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지방자치의 실천과정을 수립해 나가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앞으로 그것이 더 필요할 듯 합니다.
제민일보가 20년 전 창간사에서 밝혔듯 '제주민을 제주언론의 참된 생산자로 주체화 한다'는 다짐도 같은 의미입니다. 지난날을 현재에 덮어씌워 어설프게 그것을 정형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도민주'로 출발한 '제민일보의 정신'입니다. 아직도 유효한 '제민일보의 존재론적 원리'입니다. 뿌리가 말라버린 고목 같은 흔적일 수 없는….
모든 기회와 경로를 통해 지역주민들을 저널리즘 실천과정의 중심에 세워야 합니다. 그것은 선언적 수사(修辭)가 아닌, 실천의 문제입니다. 지역주민들을 능동적 발언자로 유도하여 그들 속에 집적된 사회적 에너지를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변함없는 '제민일보의 약속'입니다.
그 구체적 방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최근 '시민저널리즘'의 발달로 다양한 이론이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것 모두를 현실에 접목할 능력을 저는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야기는 가능합니다. 우선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일상적인 보도과정에 적극 반영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관료나 이른바 전문가들의 '의제설정의 독점화'를 해체시켜야 합니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를 그들만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지역주민들 모두가 이해관계에 따라 지역문제를 공유해야 합니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만 말하게 해선 안 됩니다. 물론 그들의 말도 변함없이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소외된 주민들'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기사의 방향을 잡아나가야 합니다. '말하는 사람'만 말하게 할 경우, 본의 아니게 '패거리 언론'이란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보도행태도 달라져야 합니다. 단순한 정보보다는, 구체적인 정보의 전달을 주로 해야 합니다. 지역주민들의 공공참여를 위해, 그리고 다양한 논의를 생산적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이슈관련 심층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문제의 이면을 제대로 드러내야 합니다.
이른바 게이트키핑의 과정을 통해 의제를 형성해 나가는 현재의 관행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민일보의 약속'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신문이 나가야할 논리적 필연입니다. '정보전달 중심'에서 '지역주민들과의 대화 중심'으로! 그리하여 그들을 언론현장의 중심에 세우는 것, 그것이 바로 '제주민을 제주언론의 참된 생산자로 주체화 한다'는 현재적 의미입니다. 창간 20주년을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