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 갤러리하루·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제주대 건축학부 강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가 끝났습니다. 몇 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철만 되면 각종 단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후보들에게 여러 가지 제안을 나열하곤 합니다. 앞으로 몇 년간의 각 단체들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모내기를 하는 시기인 것입니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앞으로 몇 년간 농사가 잘 되고 안 되고는 이 시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 당선된 제주도지사, 도의원, 교육감, 교육위원들이 제주의 문화예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제안을 해야 할까요? 제주예술의 숙원인 제주도립미술관도 지어졌고, 서귀포 종합문화예술회관도 진행 중입니다.

이제 신진작가들을 위한 예술인촌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될까요? 여러 가지 하드웨어에 대한 제안과 더불어 소프트웨어 제안도 해야 한다고생각하는데 지금까지의 문화예술계의 모습을 보면 정책적 접근이 활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4년 전의 선거 이후로 제주도내 문화예술계는 공공미술관, 박물관 운영, 지역 미술가들을 위한 제주미술유통지원센터, 문화정책 개발 논의 등 다양하고 많은 세미나와 토론회 등으로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활발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들은 뿔뿔이 흩어져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습니다.

최소한 제주의 문화예술을 총괄하는 관련 단체나 재단에서 지금까지 나온 의견들을 모아 이번 선거의 당선자들에게 의견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문화예술인들이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것이 아닌 단체나 재단이라는 여러 회원들의 뜻을 모은 제안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는 정치가 사회 각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제주도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선거를 통한 다양한 의견제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인데 여러 분야에 비해 문화예술의 발언력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는 전체 정부 예산 중에 문화예술관련 예산이 가장 적을 뿐만 아니라 그 마저도 훌륭한 창작을 위한 예산으로 쓰여지지 않고 하드웨어를 구축하는데 대부분의 예산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모든 분야에 있어 창조적 능력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정작 창조력이 가장 뛰어난 예술가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으니 아쉬울 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이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나왔고 당선자들이 결정되었으니 적극적인 제안을 통해 제주의 문화예술이 한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승택 갤러리하루·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제주대 건축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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