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홍 언론인

   
 
   
 
당선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벌이다가도 당락이 결정되면 훌훌 털어버리는 게 선거의 멋입니다. 승자가 됐다고 우쭐댈 일도 아닙니다. 패자가 됐다고 낙담할 일도 아닙니다. 승자에겐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패자에겐 내일이 있습니다. 혹 미진한 게 있으면 다음을 기약하면 됩니다. 선거가 지역일꾼을 뽑는 과정인 한,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선거는 민주적 대의제의 실현과정입니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실천과정입니다. 아무리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하더라도,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부정적 측면'을 읽어내는 작업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그것을 전멸시키지 않고선 지방자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것마저 소홀히 한다면, 지방자치에 관한 한, 우리는 아무 것도 이야기할 것이 없게 됩니다.

저는 이번 선거의 '부정적 측면'을 두 가지로 집약합니다. 우선 '정치도의의 실종'입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공천자를 퇴출시켜놓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지지해나서는 행위는 좋지 않습니다. 지역주민쯤은 안중에도 없는 듯, 도덕과 원칙을 무시하고서라도 성공적 결과를 낳기만 하면 된다는…. 그건 오만입니다. 타락의 징후입니다. 그것은 지방정가의 물을 흐려놓을 뿐, 우리가 추구하는 지방자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정치판이 권모와 술수가 등장하는 현장이라고 하지만, 분명 그곳은 권력과 양심이 만나는 영역입니다. 선거의 결과로 이미 그들을 심판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두고두고 논의돼야 할 문제입니다. 지역사회를 오직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무대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기대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지방정가가 바로서야 지방자치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패거리'입니다. '줄 서고' '줄 대고', 급기야 떼지어 '나와 너'를 가르고, 한마디로 꼴불견입니다. 자칭 지도급 인사들이라는 사람들이 앞장을 서고,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거기에다 일부 공무원까지…. 누구를 지지하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건 아닙니다. 그것이야말로 공적제도를 '내밀한 영역'으로 대체하려는 음모입니다. 끼리끼리 모이고, 작당하고, 그건 협잡의 탯줄입니다. 지역사회의 폐쇄성과 부패의 온상입니다. 그것은 '코드'에 의한 숙명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지배력을 강화합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지역사회의 화합을 저해합니다. 그 탯줄을 잘라내야 합니다. 그들이 바로 지역사회를 마치 '자기 자신의 태도와 선호체계를 가진 개인들이 끼리끼리 만나는 장소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항상 어깃장을 놓습니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선 내밀한 영역보다는, 공공영역이 광범위가 조성돼야 합니다.

저는 제민일보의 선거 후 기사도 그런 관점으로 읽습니다. '도민 대통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논조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갈등 해소를 명분으로 '서둘러 그것을 봉합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버리지 못합니다. 선거과정에 대한 설명이 좀더 치열했으면 합니다. 그건 단순한 논리적 과정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제민일보가 앞장서야 할 우리 모두의 의지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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