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홍 언론인

   
 
   
 
모두가 '공직사회의 개혁'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거론되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건 좋지 않습니다. 지역주민들 모두가 그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면, 반드시 공론화돼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언론의 몫입니다.

'무엇을 쓸 것인가'하는 언론의 의제설정은 기자의 독자적인 작업입니다. 그러나 그 결정은 항상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뚜렷한 관점도 없이 유행 따라 그 결정을 가볍게 한다면, 단연코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공직사회의 개혁'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에도 지금 그런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뉴스가치는 뉴스 자체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사의 중요성을 판단하여 그 기사를 읽거나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가치판단에 의해 스스로 결정하듯, 뉴스가치는 그들이 부여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 바로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언론의 의제설정의 괴리현상'입니다.

'공직사회의 개혁'도 그런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것에 대한 '충분한 논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지만, 그것이 지방선거 후 우선적으로 제기될 정도로 시급한 문제라면, 그에 걸맞은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그저 도정이 교체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선언적 문제에 불과하다면, 그리하여 냄비가 끓듯 하다가 제풀에 식고 만다면, 정말이지 우리는 '개혁'에 대해 아무 것도 이야기할 것이 없게 됩니다. 제민일보는 이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올바른 여론을 생산하는 '책임있는 언론'인 한,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공직사회의 개혁'은 공직사회의 내부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역사회 전체의 틀에서 조건지어집니다. 지방선거 후 곧바로 우리 모두가 공감했듯, 우리의 공직사회는 분명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가 공직사회의 인사쇄신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개혁'은 인사쇄신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이 중요합니다. 이른바 '패거리 인사'를 우려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똑같은 비중으로 '일'과 '사회운영 방식'의 개혁도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일'은 단순히 가시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과정만이 아닙니다. 지역공동체의 사회적 관계를 향상시키는 것 바로 그 자체입니다.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것은 다 좋은 것입니다.

'사회운영 방식의 개혁'은 바로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그 일'을 찾는 과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행정 독점'이 파괴돼야 합니다. '무엇이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것인가'를 관료들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타당한 것만도 아닙니다. 종래 관료나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되던 문제들이 다양한 주체들 사이의 공개적인 대화에 의해 결정돼야 합니다.

이들 개혁은 공무원들이나 도지사당선인이 기득권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람에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이 바로 자신의 기득권을 윤리적 평가에 따라 축소하는 일이라고 본다면,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본란의 논의도 바로 그것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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