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갤러리하루·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제주대 건축학부 강사

최근 우리 주변의 도시를 걷다보면 이 도시가 사람이 살만 한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도시 밀도가 높아지고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숨쉬기조차 곤란하고, 자동차가 많아져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무분별한 개발로 말미암아 자연재해의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 있으리라는 불확실한 신념으로 넘어가더라도 이번에는 보행권에 대한 이야기는 꼭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우리의 도시들은 오랜 기간 사람 중심의 도시에서 마차가 나타나고 자동차가 나타나면서 세계적으로는 193,40년대 이후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197,80년대 이후로 자동차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현재는 더욱더 심화되어 사람은 다니지 못할 정도로 좁은 인도일 지라도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도로를 넓혀줄 뿐만 아니라 가로수, 가로등, 교통신호제어기 등 온갖 시설들이 인도를 장악하고,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인도에 경사를 주다보니 기울어진 인도가 태반입니다. 이제는 참을만큼 참지 않았나요? 걷기 힘들다보니 점점더 자동차의 이용률이 높아져 걸어서 십분거리도 주차하는데 십분이 걸리더라도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승용차의 편의를 위해 도로를 많이 만들다보니 대중교통에 대한 관심이 없어져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차량 때문에 도로를 계속 넓히는 것은 이미 실패한 정책입니다.

이제는 도시의 패러다임이 인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보행자를 위해 일정 보도폭을 유지하고 각종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인도를 줄이는 것이 아닌 차도를 줄여 시설해야 합니다. 도심에는 일부 대중교통을 제외하고는 교통량을 줄이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그리고 도시에서 걷는 것, 자전거를 타는 것이 기본이 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제주시나 서귀포시의 경우 대부분 걸어서 일이십분이면 원하는 곳에 도달하며, 자전거를 타면 십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규모의 도시입니다.

걷는 여행의 새로운 지평을 연 제주올레는 천혜의 자연을 감상하며 자신을 뒤돌아보게 합니다. 우리 도시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할까요? 자동차 때문에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보행자도로를 제대로 만들고 중간중간 쉼터를 만들어주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건들을 만들어준다면 도시 걷기도 정말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도시를 되찾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승택/갤러리하루·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제주대 건축학부 강사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