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베트남을 다녀왔다. 동남아에서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 설렘과 기대가 무척이나 컸다. 하지만, 정작 도착한 베트남의 모습은 생각과 달리 조금 실망스러웠다.

차선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포도는 경적을 아무렇게나 울려대는 오토바이의 물결로 흙먼지와 매연이 가득했고, 개발을 위해 무분별하게 파헤쳐져 붉은 속살이 드러난 능선의 모습은 그네들의 치부를 내보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첫 관광지로 케이블카를 타고 엔뜨 사원에 올랐다. 관광객을 위해 교체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케이블카와 엔뜨 산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더미의 모습이 참 대조적이었다. 첫 관광을 찝찝한 기분으로 마치고, 돌아오면서 선택에 대해 후회를 했다.

다음날은 하롱베이로 향했다. 망망대해에 수놓아진, 용이 만들어 놓았다는 삼천 개의 섬을 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언어로도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장엄하고 신비로웠다. 전날까지의 우울함이 한번에 지워지는 듯 했다. 이어서 삼판배를 타고 유람한 닌빈의 늪과 기암절벽들 역시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한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날의 우려가 다시 한번 오고 싶다는 아쉬움으로 바뀔 무렵, 누군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제주도에 해저 터널이 생긴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첫날 보았던 엔뜨 공원에서의 케이블카가 머릿속에서 반복되었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지 한달이 지난 지금, 베트남을 떠올릴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도저히 인간의 능력으론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 같은 천혜의 자연 풍광이다. 나를 태워준 케이블카나 5성급 호텔의 기억은 잊혀진 지 오래고, 하롱베이의 절경과 닌빈의 풍광만이 가슴에 깊이 새겨져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제주도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 나는 묻고 싶다. 제주를 찾은 이들의 가슴에 무엇을 남겨줄 것인지? 연간 다녀가는 5백만이 넘는 관광객들의 사연은 저마다 다를 것이고, 여행에 거는 기대 또한 제각각일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제주의 모습이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는 일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도약하는 첫 단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양혜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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