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주CEO가 뛴다] 김부현 상해 제주도민회장
경쟁심과 치열함 부족, 현실안주 경향 강해 
▲ 중국 산업화의 중심지 상해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주출신 상공인 김부현 상해 제주도민회장. 김 회장은 제주시 용담동 출신으로 제주제일고과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1년부터 피혁원단과 관련된 무역을 하고 있다.
도민, 제주발전 위해 사소한 기득한 버려야
의식 개선위한 프로그램 개발 필요성 제기
평범한 회사원에서 10년전 과감하게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 어엿한 중견 사업가로 자리매김한 제주출신 상공인 김부현 상해 제주도민회 회장(49).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아직 '성공한 사업가'라는 말에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의 하나이며 현재 중국의 산업·상업의 중심지인 상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 회장은 이미 도민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의 사업 철저한 준비 필요
김 회장은 지난 1997년 다니던 회사의 중국 현지 법인으로 발령이 나면서 중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됐다. 그러나 3년 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피혁원단과 관련된 무역에 손을 대면서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관련 산업의 무대가 중국인 김 회장은 중국에 정착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중국은 현재 이민제도가 없기 때문에 매년 비자를 갱신하며 사업을 하고 있다.
정작 김 회장은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차이나 드림'이라는 말에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김 회장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중국에 공부를 하러 유학을 오거 직장 생활을 하고자 오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아무런 기반과 경험도 없이 중국과 무역을 한다거나 중국 현지에서 개인 사업을 하거나, 또는 사업거리를 찾는다고 무작정 중국으로 건너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들 중국을 13억 시장이라고 생각하며 장밋빛 희망만을 가지고 오지만 결국 실패할 우려가 높다"면서 "개인이 중국에 들어오는 순간 그 자신은 결국 13억중에 1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간헐적으로 일 년에 몇 차례 중국을 방문하는 개인의 입장으로 중국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며 "중국에서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년간 직장 생활 등을 통해 충분히 중국을 이해한 후 자신이 계획했던 일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열정과 끈기가 있으면 중국은 분명 기회의 땅이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는 생각처럼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 김 회장은 설명했다.
사업적인 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중인 김 회장은 지난해 2009년부터 상해 제주도민회의 3대 회장을 맡으면서 도민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2004년 결성된 제주도민회는 출범 당시에는 회원수가 고작 10여명에 불과했지만, 현재에는 50여명까지 늘어 활발한 교류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말 임기가 만료되는 김 회장은 재직기간 동안 회원간 친목도모와 제주도에서 상해를 방문한 도민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주로 해왔다.
또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자주 만나지 못하는 회원끼리 사업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고향 제주의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다. 몇몇 회원들은 제주에서 생산된 상품들을 상해로 수입해 유통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상해 제주도민회는 아직 그 규모나 안정성 면에서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은 모임이다"라며 "그러나 앞으로 상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주출신 인사를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유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배타·폐쇄성 버려야
제주에서 지낸 시간보다 제주를 떠나 생활한 세월이 더 길지만 그럴수록 김 회장의 고향 제주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움을 더 깊어져만 간다.
그는 제주가 국제적인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제주 특유의 문화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회장은 제주가 맑은 공기, 깨끗한 바다와 물, 현무암들이 조화를 이루는 해안풍경, 세계자연유산 한라산 등 제주가 아름다운 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흠이라면 강한 바람과 비 날씨가 많고, 완전히 여장을 풀고 여가를 즐기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제주 자연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제주인이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제주에 대해 바라보면 상황이 다르다고 단언했다.
김 회장은 "제주인에 대한 타 지역 사람들은 제주사람들은 사기꾼·잔머리꾼 등이 없고 성실하지만 배타성이 강하고 폐쇄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제주도의 거주 인구가 적다보니 편안함이 있는 반면 경쟁심과 치열함이 부족해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결국 제주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하고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하려면 거시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미시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무를 열심히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를 심기에 앞서 어떠한 숲을 만들 것인가를 잘 생각하고 계획한 후 거기에 맞게 나무를 심어가야 아름다운 나무와 훌륭한 숲을 가꿀 수 있다"며 "지역사회의 리더들은 제주발전을 위한 100년 대계를 세우고 제주도민들은 사소한 기득권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를 들면 어떤 부분에 좋은 지도자가 제주 출신이 아닌 사람이 오더라도 잘 협조해 주고 우리 이웃이 제주출신이 아니더라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며 "제주를 찾는 외국인들과 더 나아가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동남아 출신의 이웃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생각이 바뀌면 말이 바뀌고, 말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미래가 바뀐다'는 말이 있다"며 "제주의 100년 대계를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의식교육, 도민들의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행정기관과 교육기관, 언론 등에서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말로 '글로벌 제주'를 원한다면 개발의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관계자는 물론 제주도민들이 '제주도'라는 지역적 범위를 넘어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방향성을 갖고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고향에 대해 아직 제대로 봉사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고향을 지켜주고 고향 발전을 위해 제주에 살고 있는 선·후배들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간직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김 회장은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고향에 유익한 삶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항상 고민하면서 살고 있다.
김 회장은 "중국 진출을 앞두거나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제주의 후배 기업인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작은 힘이지만 후배들이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작은 힘이지만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제주도민들도 조금 더 넓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볼 수 있었으면 한다"며 "이제 제주는 우리만의 제주가 아니라 세계 속의 제주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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